방미 성과 '자화자찬'…태영호마저 '찬물'

윤 대통령, 생중계 국무회의서 성과 부각…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녹취에 '반감'

입력 : 2023-05-02 오후 3:50:18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대가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진행하며 국빈 방미 성과를 부각하는 상황에서 제기된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은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미 '핵공유' 발빼자윤 대통령 "나토보다 더 실효적"
 
윤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전체 16분의 대부분을 이번 방미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로 신설된 핵협의그룹(NCG)은 한미 간에 일대일 관계로 더 자주 만나 더 깊게 논의한다는 점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NPG)보다 더 실효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미 백악관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의 입장과 차이를 보이자, 윤 대통령이 나토식 핵공유보다 더 실효성 있다고 언급하며 성과를 부각하는데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외에도 미국 주요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의 총 59억달러(7조9000억원) 투자 결정, 양국 기업·기관 간 50건의 양해각서(MOU) 체결, '한미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 설립과 청년 교류 위한 양국의 6000만달러(803억원) 공동 기금 설립,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채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동성명 채택 등 방미 중 이룬 성과들을 차례대로 언급했습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날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띄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세미나를 열고 '워싱턴 선언'을 진전된 방향의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평가하며 '한미동맹이 새롭게 도약했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영어 연설을 거론하며 "대단히 의미 있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을 공개, 여권에선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오는 7~8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24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천으로 협박, 충격적 뉴스"윤 대통령 지지율 발목
 
하지만 이진복 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했다는 취지의 태 최고위원 음성 녹취가 공개되며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 부각도 효과가 반감됐습니다. 전날 MBC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국회 보좌진에게 이 수석이 지난 3월9일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자신에게 한일관계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했습니다. MBC 보도 이후 이 수석은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태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화 내용을 부인했지만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부터 언급됐던 윤 대통령의 내년 총선 공천 개입설이 이번 녹취록 공개로 다시 수면위로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반윤(반윤석열)계 핵심인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며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고 비판했습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무당층이나 중도층,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등 중간지대 유권자층이 반응하게 되는데 '태영호 녹취 논란'은 이들의 지지율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일종의 발목잡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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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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