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천 대가 한일관계 옹호 발언 요청"…태영호 녹취록 파장

태영호 최고위원 음성 녹취 파장…유승민 "사실이면 공천 협박"

입력 : 2023-05-02 오전 8:36:03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MBC는 지난 3월9일 태 최고위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한 말을 녹음한 내용을 1일 보도했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보좌진에게 "오늘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된다'고 이 수석이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또 이 수석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잘 활용해,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의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했습니다.
 
보도가 나오자 태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며 부인했습니다. 그는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사이의 지극히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며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의 불법 공천 개입으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오늘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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