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외신은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 복원에 대해 북한·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승리’라고 진단했습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개인적 유감’ 표명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한국 여론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본을 가해자로 만들었다’는 날선 비난도 나왔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8일 사설을 통해 “한일 정상이 상호 왕래하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원래 있어야 할 궤도로 돌아왔다”며 “이 귀중한 왕래를 이웃나라여서 생기는 많은 현안의 해결뿐만 아니라 국제질서 안정에 이바지하는 항구적 틀로 삼기를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개인적 유감’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 측에서 여전히 명확한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지만, 총리 자기 말로 뜻을 전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는 국민 정서와 정체성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라며 “조약과 협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도 기시다 총리가 ‘개인적 유감’을 표명한 것은 한국 내 여론을 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발언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나라에서 실행한 근로 동원에 불과하고 임금도 지급했다. 역사적 사실에 반한 트집 잡기를 당한 일본 측이 피해자인데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일본을) 가해자라는 인상을 심어준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한일 간의 셔틀외교 복원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로 평가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7일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맞서 공조하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의 단합을 모색해 왔다”며 “수년간 공식 회담이 없던 한일 정상이 두 달 만에 두 번째 만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한일 정상은 지난 3월 16일 이어 지난 7일 두 번째 회담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이 이뤄졌고 기시다 총리의 답방으로 양국 간의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된 겁니다. 한일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요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외신들은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직접적인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한국 국민들이 관계 회복에 대한 불만과 의심이 여전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한일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감정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경제안보 현안을 핑계로 급히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NYT에 “역사를 현재의 배경음악 정도로 치부하고, 당면 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데 무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북한에 강고한 입장을 취하고 중국에도 점점 그런 입장을 취해가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