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위해 단상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4월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월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선언 발표합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5년 뒤인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5년 사이, 한반도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한미일 3국 밀착 행보를 보였습니다. 반면, 북한·중국·러시아와는 연일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이 ‘한미일 대 북중러’로 탈바꿈해 한반도에서 신냉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무너진 담대한 구상…초읽기 들어간 7차 핵실험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 취임한 지 1년을 맞습니다. 윤 대통령의 외교 1년을 돌아보면, 전략적 혼선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8월 ‘담대한 구상’을 발표해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비핵화 협상 전 북한의 비핵화 대화 복귀 견인을 비롯해 △비핵화 협상 시 단계별 과감한 조치 △비핵화 이행 시 상응 조치 등 3단계 로드맵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로 이끌 구체적으로 유인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선 비핵화→후 보상’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담대한 구상은 ‘실효성 제로’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북한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총 43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정부는 지난달 14일 첫 ‘2023 통일백서’를 발간,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한 비핵화’로 공식 대체했습니다. 한반도 안보 불안의 원인을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에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도 보였습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만 중시한 것도 전략적 미스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반도 지정학적 위치상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억제하는 방법도 함께 도모돼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와 갈등 일변도를 걸으면서 이를 놓쳤다는 지적입니다.
'미일'만 바라보는 윤 대통령…신냉전 방아쇠 당겼다
한미일 동맹 강화의 첫 단추는 지난해 11월 한미일 3국과 함께 ‘프놈펜 합의’에서 본격화됐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습니다. 새로운 사실은 군사적 협력에 일본도 동참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한국과 일본의 군사적 협력, 나아가 군사적 동맹 추구에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뺀 ‘제3자 변제’를 발표하며 관계 개선을 도모했습니다. 과거사 문제에서 먼저 양보하면 일본이 그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일본은 윤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대규모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사도광산에 대한 유네스코 재등재를 추진하고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치인들이 대거 참배하는 등 과거사에 반성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일본에 얻은 것 없이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비판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음에도 공개적으로 항의하지 않고 “상당수 위조됐다”고 오히려 미국을 두둔, 미국과 일본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반대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는 각을 세우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조를 형성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 독재국가’의 구도를 형성,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독재국가와 싸워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적극 가담해 적으로 규정된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는 본격적으로 대립구도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언급하는가 하면, 대만 해협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해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을 샀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도 국제연합(UN) 안보리 결의안에 비토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기 전 중국에 먼저 알려 양해를 구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도 그러는데, 한국이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를 (외교적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