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준형 "윤석열정부 외교안보 1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윤석열정부 출범 1년과 한미 정상회담 평가

입력 : 2023-05-04 오전 6:00:00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난 2일 ‘윤석열정부 출범 1년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1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난 2일  ‘윤석열정부 출범 1년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2019.08.~2021.08.)을 지낸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대외정책 중 하나인 신남방 정책을 설계한 국제정치·한미관계 전문가입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처음 설계부터 잘못됐다”며 “이번에도 손해 보는 외교, 빈 잔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윤석열정부가 한미일 군사동맹의 길을 차근차근 걷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큰 그림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한미일 3국은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을 논의하는 협의체 가동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북한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경고 정보 공유는 한국-미국, 미국-일본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를 3국 모두 연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결국 일본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질적으로 훨씬 더 진전되고 있다”고 거듭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다음은 김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일반적으로 나토의 핵기획그룹(NPG)는 장관급 모임인데, NCG는 차관보급 모임입니다.
맞습니다. 나토는 회원국에 핵을 배치하고, 운용 계획을 미국과 함께 논의하지만 한국은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NCG 자체는 높은 수준의 공조입니다. 제도화를 시켰다는 점에서 인정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과도하게 포장을 한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실무진인 차관보급이 모임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나토와 버금가는, 핵공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확장억제를 받아내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정도는 못 받았거든요. 보수세력의 일부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이 한반도를 핵으로 보복해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합니다. 한미동맹에 대한 불신인 거죠. 그래서 보수층에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건데, 김 차장이 ‘핵공유’를 언급하면서 보수층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 겁니다.
 
-미국에서 ‘핵공유가 아니다’라고 하니 김 차장도 당황한 것 같아요.
당황했겠죠. 나토와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꼭 지적하고 싶은 건 국민의 안심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핵억제,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번 워싱턴 선언이 북한에위협이 돼야 하는 것이지, 한국민을 안심하는 게 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겠다는 게 목적이 되면 확장억제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이번 워싱턴 선언을 ‘미국 팀의 승리’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국의 핵무장을 막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핵은 기술적인 측면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성비있는 무기입니다.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100개국도 될 수 있는 거죠.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덕분에 합법적으로 5개국만 핵 보유국으로 묶어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미국은 핵의 비확산이 국가 중요 전략일 정도인데 이것을 한국이 깰 수 있다고 설계한 것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팀 아메리카, 미국 외교의 쾌거죠.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은 이런 두 가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외교적 시각에서 실무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패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나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난 2일 ‘윤석열정부 출범 1년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유엔 회원국 193개 중 미국이 줄 세울 수 있는 나라는 최대 60개국…133개국은 배제?”
 
-다음 주면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이 됩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한국이 북한 핵 위기, 공급망·경제·금융·에너지위기 등 모든 위기가 동시에 터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 체제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체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본에 대한 대승적 결단을 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인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보다 훨씬 우경화, 적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계 6위 군사 강국이고 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데 사실 녹록지 않습니다. 미중 패권 대결이라는 환경 자체가 미국과 중국이 협력했던 탈냉전 기간의 30년 동안보다 훨씬 험악하고 복합적인 위기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현 정부가 미국과 중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북한, 중국, 러시아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네오콘(극우), 일본의 우파 정부와 생각이 유사한데요. 세계를 ‘진영’, ‘신념’으로 보는 겁니다. 세계를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가치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이 동맹국들 안으로 들어가서 나머지 국가들은 적대화하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해봤자 40여개국이거든요. 
 
국제연합(UN) 가입국을 보면 회원국이 193개입니다. 여기서 한국이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국가들을 배제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올 겁니다. 미국이 자신의 동맹을 한 줄로 세우면 넓게 잡아 60개국이 된다고 봅시다. 그럼 133개국은 배제하겠다는 거잖아요. 133개국을 배제한다는 건 거꾸로 배제당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핵심은 UN의 가치가 민주주의나 인권이 아니라 주권과 평화라는 겁니다. UN의 가치가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면 중국, 러시아 같은 국가들이 비토권을 행사하겠죠. 그럼 UN은 단 한발도 나가지 못 할 겁니다. 실제로 기후변화, 핵 확산금지 등에 대해 UN은 단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미사일을 아무리 쏴도 UN안보리는 결의문 하나 내질 못하고 있어요. 외교는 색깔로 표현하면 회색입니다. 회색지대를 만들어서 적성국가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려스럽습니다. 정부가 대일외교, 대미외교에만 신경을 쓰면서 한국외교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도 제일 인상적인 장면이 워싱턴 선언에 사인을 하기 전, 미국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하면서도 외교를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언론인을 죽인 이후 사실상 외교 단절에 가까울 정도로 관계가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들이 필요하면 사우디를 방문합니다. 미국은 중국에도 보여준 겁니다. 워싱턴 선언에서 미국이 핵 확산 금지에 대한 원칙을 저버렸다는 오해, 확장억제 대상이 중국과 러시아가 될 수 있다는 오해를 사전에 불식시킨 겁니다. 그러니, 한국이 ‘핵공유’라고 했을 때 미국이 즉각 ‘아니다’라고 한 겁니다. 이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쓸데없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고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이 고려를 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이런 비유를 하는데요. 미국이 밀고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돌격 앞으로!’ 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미국과 일본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그러면 최악의 경우 우리가 최전선에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총알받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도 중국하고 올해 4월에 군사당국 간의 핫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에 제일 먼저 군수지원을 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우회 지원하고 있다고 치면,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 중에 유일하게 군수품을 직접 보낸 국가입니다. 그런데 일본과 러시아의 무역은 13% 감소했지만 한국과 러시아는 약 20% 줄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일본은 다자 모임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합니다. 하지만 양자로 가면 굉장히 잘합니다. 얄밉지만 그게 실리 외교입니다. 친구라고 규정하는 일본이나 미국은 아무리 잘못해도 선의로 해석하고 적대관계 국가들은 아무리 우리한테 잘해도 악의로 해석하는 한국과 다르죠. 만약 제가 미국이나 일본 외교관이라면 이렇게 좋은 외교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한국은 꽃놀이패입니다.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간 외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저는 단연 지난해 11월에 캄보디아에서 열린 프놈펜 한미일 공동성명(프놈펜 합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죠. 저는 한 칼럼에 이런 표현을 썼는데요.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나는 당신이 지난 11월에 한 일을 알고 있다’고 했어요. 왜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냐면, 이 합의에서 한미일이 함께 가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미일 3국이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어요. 이거는 굉장히 의미가 큽니다. 이미 우리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지소미아보다 더 실질적으로 진전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NCG에 일본을 포함시키는 구상을 그려놓고 있었던 거죠.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난 2일 ‘윤석열정부 출범 1년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미국, 신냉전으로 끌고 갈 힘도 의지도 없는 상황”
 
-현재를 미중 신냉전이라고 하는 인식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는데 세계를 재편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거든요. 제가 주목하는 것은 브라질, 러시아, 인디아, 중국입니다. 브라질은 미국의 우방국인데 최근에 위엔화 결제를 하기 시작했어요. 브라질 룰라 좌파 정부가 미국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 4개 국가들은 전세계에서 인구적으로 미국 경제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신냉전으로 끌고 가고 싶어도 끌고 갈 힘도 의지도 없는 상황인 겁니다. 게다가 미중 교역액은 작년에 6915억 달러로 역대 최대규모였습니다. 
 
-미국하고 중국하고 유례없는 갈등을 하는데 그럼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향후 30년 내에 미중 패권 대결은 승부가 나지 않을 겁니다. 세계가 미국과 중국에 끼어 있는 상태로 갈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최고의 전략은 ‘낀 국가들과 손을 잡고 연대’하는 제3지대를 만드는 겁니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아세안과 연대해서 자국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거죠. 거기서 한국은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문재인정부에서 아세안과 굉장히 활발하게 외교를 했고, 신남방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처음 그것을 구상했습니다. 미국의 인태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이에서 우리는 양쪽에 다 포함되기도 하고 연결되는 전략으로 신남방, 신북방을 이야기 했습니다. 
 
-기시다가 오는 7~8일 방한한다고 합니다. 빈컵을 채워줄까요.
일본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 또는 동맹으로 가면서 자신들의 뜻을 이뤘습니다. 강제동원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부분도 현 정부가 일관된 자세를 무너트렸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을 통해서 일본을 압박할 수도 없습니다. 
 
-박철희 현 국립외교원장이 나카소네야스히로상 1회 수상자고, 김태효 차장은 5회 수상자입니다. 이신화 북한인권대사는 4회 수상자입니다. 
일본은 ‘보통국가’와 우익의 뿌리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 상을 받은 사람들이 윤석열정부 외교안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일본 친화적 정책이 우연이 아닌 겁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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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