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의료대란 대책 없이…간호법 '거부권'

윤 대통령 "직역간 과도한 갈등 불러"…양곡관리법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

입력 : 2023-05-16 오후 5:21:42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을 원한 간호사단체의 강한 반발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 언급 없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국회의 재논의를 요구한 겁니다.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간호법 제정에 따른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을 적극 중재하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선공약 뒤집은 윤 대통령…이재명 "민주주의 도전"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직후 재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첫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은 이번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자신의 대선 공약마저 뒤집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앞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도 국회에서 통과된 뒤 거부권 행사가 반복된 데 대해 "특정한 세력이 일방적으로 여야 협의, 합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법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국민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간호사들의 요구에 귀를 막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여당에서도 현재 의료법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직후 “공약 파기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별도로 분리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간호사가 병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겁니다. 이에 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은 '간호사 특혜법'이라며 법 제정에 반대했습니다.
 
양곡관리법 이어 간호법 폐기 수순…"윤 대통령 1차 책임"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됐습니다. 재상정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전원 출석 시 200석)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모두 찬성한다고 해도 의석수가 200석에 못 미치기 때문에 재의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결되면 자동 폐기됩니다.
 
당초 간호법 제정안이 과거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위키'에도 실린 내용인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후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윤 대통령이 간호사 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좀 더 숙고한 뒤 오늘 19일 최종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날 바로 거부권이 행사됐습니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간호법 제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다가올 의료대란을 윤 대통령이 어떻게 수습할지 여부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야당 주도로 쟁점 법안이 통과됐더라도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며 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대통령의 몫이란 점에서 윤 대통령이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랫동안 충분히 논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여야 협치 구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번 일이 벌어졌다"며 "1차적으로 윤 대통령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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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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