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한 줄'보다 교훈을…시급한 5·18 교육

'2022 개정 교육과정'서 표현 삭제돼 논란…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포함
교육계 "교육과정 기술 여부보다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
정치적 개입 최소화·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 필요 견해도 나와

입력 : 2023-05-17 오후 3:57:43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교육이 좀 더 깊이 있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 한 줄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교훈까지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역대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5·18 민주화 운동'…'2022 개정 교육과정'서 표현 삭제 논란도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5·18 민주화 운동'은 우리 교육에서 꼭 배워야 할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있었으나 '4·19 혁명', '6·10 민주 항쟁' 등과 함께 빠지지 않고 교과서에 기술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 한국사에서 '5·18 민주화 운동' 표현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성취 기준의 학습 요소에 '5·18 민주화 운동'이 포함돼 있으나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이 학습 요소 항목이 삭제되면서 '5·18 민주화 운동' 표현도 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해 12월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보수 진영이 요구한 '자유민주주의' 등의 표현은 들어가고, 진보 진영에서 주문한 '성 소수자' 등과 같은 표현은 다른 말로 대체되자 '5·18 민주화 운동' 표현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교육부 측은 교과서 집필과 교실 수업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국가교육과정의 서술 항목 및 내용을 간소화하는 '교육과정 대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사 교육과정 문서 내 서술 분량이 현행 교육과정에 비해 축소돼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 운동'을 포함한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도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우리나라 역사 교육에서 빠지지 않고 배워야 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힙니다. 사진은 '5·18 민주화 운동' 4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 묘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교육과정 기술과 상관없이 배울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미·교훈이 더 중요
 
교육계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이 우리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인 만큼 교육과정에 기술되는 것과 상관없이 주요하게 배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표현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어떤 의미를 담아 가르칠지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학생들이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사실 자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사건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영향을 끼친 일이라는 사실을 넘어 당시 광주 시민들이 자치공동체를 이루면서 보여줬던 모습 등 여러 방면에서 배울만한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경우 보수 성향의 몇몇 정치인이 사건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이른바 '5·18 망언' 사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그해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공동 주최해 '5·18 민주화 운동'과 그 관련자들을 모욕한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공청회에서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가 발생했을 때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정치적·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깎아내렸습니다.
 
김순례 의원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으로 일궈낸 자유 대한민국의 역사에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해 문제가 됐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역사 교육에 정치적인 이념이나 해석이 담기면 안 된다"며 "정부의 정치 성향에 따라 특정 사건을 부각·축소하거나 용어 사용이 달라지는 등의 변화가 있는 건 옳지 않다. 학생들이 '5·18 민주화 운동'을 포함한 우리나라 역사의 주요 사건에 대해 동일한 가치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학생들, 적극 논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1976년 서독의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교육자·정치인 등이 정리한 교육 지침으로 강제성 금지·논쟁성 유지·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등의 원칙을 골자로 합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5·18 민주화 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교육하는데 있어서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강제적인 주입은 금지하되 학생들이 적극적인 논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우리나라 역사 교육에서 빠지지 않고 배워야 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힙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울산 남구 무거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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