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대법원이 최근 '민식이법' 시행 3년만에 양형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올 7월부터는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를 치여 숨지게 할 경우 최대 26년형의 실형이 선고됩니다.
기존에는 스쿨존 교통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없습니다. 스쿨존 어린이 사고가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해마다 500건 넘게 발생하는데도 처벌이 너무 미약했던 겁니다. 특히 승아, 예서, 은결이 등 최근 스쿨존에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대법원이 뒤늦게라도 강력처벌을 위해 칼을 빼든 겁니다.
스쿨존. (사진=뉴시스)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 7월부터 최대 징역 26년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7월부터 재판에 넘겨진 스쿨존 교통범죄와 음주·무면허운전 범죄 등에 대한 수정 양형기을 적용키로 했습니다. 양형기준은 구속력은 없지만 기준을 벗어나 판결하게 될 경우 이유를 판결문에 명시해야 합니다.
스쿨존 교통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생기면서 앞으로는 '스쿨존 음주 뺑소니'에 대한 형량이 대폭 늘어납니다. 스쿨존과 음주운전 사고 양형기준이 신설된데다 사고 뒤 도주한 경우 양형기준이 대폭 상향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만약 스쿨존 안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으로 음주운전을 해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대 징역 10년6개월이 선고됩니다. 하지만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하면 23년, 주검을 유기하고 도주하면 최대 26년형까지 늘어납니다.
이는 민식이법이 정한 최고 형량이 무기징역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낮은 처벌이 주로 이뤄줬기 때문입니다.
민식이법은 2020년 3월 도입됐습니다.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부주의로 어린이 사망사고를 내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게 골자입니다.
민식이법 시행에도 매년 500건 넘게 발생…"음주·도주시 형량 무거워질 듯"
스쿨존 어린이 사고는 민식이법 시행후 3년이 지났지만 매년 500건 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양형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선고된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 교통사고의 1심(단일 범죄) 전체 사건 165건중 실형이 선고된 건 6건에 불과합니다. 특히 같은기간 어린이가 사망한 사고는 3건인데 피해자와 합의 등의 이유로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대법원이 스쿨존 음주사고 양형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시점은 7월1일이지만 검찰은 이미 무거운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 강남 초등학교 바로 앞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9살 동원군의 가해 운전자에 대해 검찰이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한 겁니다.
검찰은 가해 운전자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면서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습니다.
최근 대전에서 만취로 승아양을 숨지게 한 60대 전직 공무원의 재판도 시작됩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양형기준을 대폭 올리기로 한 만큼 특히 운전자가 음주운전이나 도주를 했을 경우 기존보다는 처벌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