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지난 3월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 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 일부를 착복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보도를 정면 반박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최근 제3자 변제 해법을 마련, 일부 피해자들이 판결금 2억원 가량을 수령한 가운데 해당 단체가 이 약정을 근거해 금액 지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의혹을 일축한 것입니다.
시민모임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약정서는 원고들의 동의 하에 작성됐다. 향후 누군가의 조력이 없이는 권리회복에 나설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인권 피해자를 위해, 역사적 기념사업 등 공익적 활동을 위해 디딤돌 역할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가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들에서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을 경우, 20%는 단체에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11년 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약정서에 적시된 그대로, 약정금은 법률 대리인의 수임료가 아니며, 누군가의 수고에 대한 보답이나 답례가 아니다”라며 “취지가 공익이고, 사용처도 공익”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2012년 국내에서 소송이 제기된 이래 소송 원고들은 단 한 푼의 돈도 부담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를 상대로 싸워올 수 있었던 것은 숨은 조력과 사회의 선량한 힘이 보태졌기 때문”이라며 “혹여라도 경제적 이득에 먼저 눈이 가 있었다고 하면 이 일은 처음부터 간여할 일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모임은 “국내 사례로 보더라도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침해를 입은 조작 간첩단 사건이나 사회적 참사 사건 등의 공익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있어왔던 일이며, 이러한 공익기금은 도움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인권구제 사업이나 공익 활동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원고들이 많은 시민,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수령한 금액 중 일부를 다른 공익사업 기금으로 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선례로 남도록 권장돼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의 보도가 윤석열 정권의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며 “가뜩이나 정부의 굴욕외교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화살을 피하고자 정당한 활동을 해온 시민사회와 시민단체를 표적 삼아 불온한 색칠을 가해 위기를 돌파해 보려는 수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