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서울 청담동 스쿨존에서 9살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자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도주치사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인 동원군의 아버지는 이번 판결 형량이 음주운전자가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말게 할지 의문스럽다며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 앞에서 경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 징역 7년…도주치사 혐의는 무죄 판결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작년 12월2일 오후 4시57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어린이보호구역 교차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동원군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이후 조치없이 현장을 이탈해 21m 거리에 있는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해 차를 주차한 뒤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고직후 동원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 쪽 과실도 없다는 이유입니다.
또한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올 7월부터는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를 치여 숨지게 할 경우 최대 26년형의 실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동원군 아버지 "실망감 금할 수 없어"
재판부는 1심에서 가해자의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음주운전 혐의 등은 인정했지만 도주치사 혐의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 "도주하려고 주차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을 살펴보면 주차한 직후 가해자가 달려 나와 스스로 사고현장에 돌아왔고 그 후 현장을 떠나거나 떠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다만 "피고인의 도주치사 범죄상 도주를 무죄로 판단한다고 해도 피고인이 즉시 정차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한 탓에 피해자에게 2차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족이 평생 감당해야 할 슬픔을 헤아릴 길이 없고 피고인은 용서받지 못했기에 죄책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유족은 낮은 형량으로 스쿨존에서의 사고를 막을 수 있으지 우려했습니다. 동원군의 아버지는 "재판부 판결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오늘 판결의 형량이 음주운전자들이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할지는 의문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