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되면서 실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립니다. 검찰 최근 급증한 청소년 관련 마약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최대 사형까지 구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법조계에선 대상이나 수법,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건은 기존에 없던 강한 수위의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31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를 제조·공급한 길모씨와 김모씨, 박모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길씨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인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로 송치한 것보다 더 무거운 혐의입니다.

 

길씨는 이날 재판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운반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원 이모씨에게 협박을 받아 범행에 가담했을 뿐, 미성년자가 마시도록 한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자가 음료를 마시도록 '고의'로 가담했는지 여부가 향후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특별 가중 사유가 많아 일반적인 양형보다 최소 2~3배 이상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 수는 4124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4% 증가했습니다. 이 중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사범은 86명(2.1%)이며 4명은 15세 미만입니다. 다크웹을 통해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고 가격도 하락하면서 소비 연령대도 낮아진 겁니다.

 

그러나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했다고 해서 무거운 징역이 선고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마약은 보통 투약 사범 보다는 거래 사범의 경우에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무거운 징역으로 이어지려면 성범죄 등 다른 범죄와 함께 묶이는 등 '가중처벌 요소'가 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이번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경우는 '조직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거래 사범에 비해 형량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약음료 일당에게 적용된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는 법정최저형이 5년, 최고형이 사형인데다 범죄의 형태가 이전에 없던 사례이기 때문에 향후 미성년자 대상 마약범죄 처벌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보이스피싱 결합 범죄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마약 수사 경력이 있는 현직 부장검사는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과 달리 강남구 대치동 학생 밀집 지역에서 주도 면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대담성이 있다"며 "유엔 마약기구에서도 공급은 엄벌주의 정책을 내세우는데, 법원에서도 기존의 다른 사례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초의 사례로 중형이 선고된 N번방처럼 새로운 유형으로 과중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