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시민단체 정조준 "혈세, 포퓰리즘 먹잇감…전 정권 빚 400조↑"

보조금 관리 투명성 강화 명분, '정권 비판' 시민단체 길들이기

입력 : 2023-06-13 오후 2:06:02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보조금 운영에서 부정과 비리가 적발된 민간 시민단체를 향해 "국민의 혈세가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원의 국가채무가 쌓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보조금 관리의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고보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합동점검 결과 등을 언급하고 "이는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후 3주 만에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진행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최근 3년간 보조금을 받은 1만2000여개 민간단체를 일제 감사한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고, 부정사용금액은 314억원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를 합동 점검한 결과 위법하게 쓰인 금액 282억원(총 97건)을 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 감독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며 보조금 비리가 확산한 배경으로 전임 정부인 문재인정부를 겨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잘못된 것은 즉각 제대로 도려내고 바로잡는 것이 국민의, 정부의 책무"라며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민간단체의 부정과 비리와 관련해 정부 내 반성을 촉구하며 "향후 보조금 사업에서 부정, 비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담당 공직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선정에서부터 집행, 정산, 점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 조합원을 추모하며 윤석열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 자율성 축소 우려, 총선 앞두고 '힘 빼기'
 
민간단체의 보조금 부정을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대응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노조)을 야권과 묶인 '이권 카르텔'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길들이기'를 통해 '야권 세력에 대한 힘 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 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지난해 말부터 노조와 시민단체를 겨냥한 압박이 강도높게 계속됐습니다. 민주노총 등 일부 노조를 '3대 부패' 세력으로 꼽아 회계 투명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했고, 곧이어 시민단체로 범위를 넓힌 겁니다.
 
정부의 '보조금 투명성 강화'라는 방향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시민단체 활동 범위와 자율성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내년도 예산부터 보조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각 부처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서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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