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메타(옛 페이스북)에 이어 애플도 혼합현실(MR) 헤드셋을 내놓으며 메타버스 시장에 참전했습니다. 메타는 이달 1일 세 번째 가상현실(VR)·MR 헤드셋인 '퀘스트3'를 공개했고, 애플은 5일 '비전 프로'를 선보이면서 XR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XR 사업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XR 기기로, LG전자는 XR 분야에서 보유한 풍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빅테크와의 한판 승부를 준비 중입니다.
VR은 현실 세계의 객체나 배경 등을 컴퓨터그래픽(CG) 영상으로만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증강현실(AR)은 실제 사물 영상 위에 가상으로 만든 CG 영상을 함께 제공합니다. MR은 현실 세계에 가상 객체들을 실시간으로 결합시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XR은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메타버스는 XR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생태계라고 합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본사 직속 조직인 플랫폼사업센터는 이달 14일부터 27일까지 XR 사업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한 경력 사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고에서 정확한 채용 규모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담당 업무는 XR 제품·서비스 기획과 XR 제품 사업개발입니다. 선발된 이들은 XR 시장·산업 동향을 조사하고 경쟁사를 분석하는 한편, XR 제품·서비스의 디자인·개발·출시·반응 등 전체 프로세스 관리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입니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XR 사업은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잇는 메타버스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VR, AR, MR 등 메타버스 관련 사업 기회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LG전자가 XR 디바이스를 HMD 타입으로 구현한 도면. 사진=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캡처.
'메타버스 특허왕' LG전자…풍부한 현금 기반 M&A 시동거나
LG전자는 VR·AR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주요국 시장에 출원된 VR·AR 관련 특허 보유량에서 LG전자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2위는 삼성전자, 3위는 메타 순이었습니다.
일찌감치 LG전자는 XR 기술 확보에 공들여 왔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9년부터 'VR·AR·MR을 위한 전자 디바이스', 'AR 장치 및 그 제어 방법', 'VR 디바이스 및 VR 디바이스 제어 방법', 'XR 디바이스 및 그 제어 방법', 'XR 컨텐트 제공 방법 및 XR 컨텐트 제공 디바이스', 'AR 모드 및 VR 모드를 제공하는 XR 디바이스 및 그 제어 방법' 등 수십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헤드셋) 형태의 VR 기기를 제작한 경험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 LG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인 'G3'와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VR 기기 'VR 포(for) G3'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구글의 카드보드(VR 기기 설계도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듬해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VR 헤드셋 'LG 360 VR'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향후 XR 분야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 또는 합작법인(JV) 등 대규모 투자도 점쳐집니다. 현금 실탄은 충분합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LG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6조8109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3224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늘었습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에 진출해 미래지향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선행 기술 투자뿐 아니라 M&A, JV 등 인오가닉 방식의 미래사업 준비도 적극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페이스' 상표. 사진=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캡처.
퀄컴·구글과 손잡은 삼성전자, XR 기기 개발 속도
삼성전자도 XR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메타버스로 가는 관문인 XR 기기 개발에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2월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퀄컴, 구글과 차세대 XR 생태계를 구축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며 구글, 퀄컴과의 'XR 생태계 구축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햇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퀄컴의 칩셋과 구글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한 XR 기기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출시 시기는 이르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XR 기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올해 2~5월 한국 특허청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삼성전자가 출원한 특허와 상표가 공개되면서 수많은 예측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새로 선보일 XR 기기 형태는 헤드셋보다는 안경에 가까워 보입니다. 제품명으로는 '갤럭시 글래시스', '갤럭시 스페이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XR 기기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오큘러스와 협업해 VR 헤드셋인 '기어 VR'을, 2018년에는 '오디세이 플러스'를 선보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단종 수순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애 새로 개발 중인 XR 기기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사용성 등이 보완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계열사를 통해 확보하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빅테크에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가세하면서 XR 시장 확대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XR 시장은 지난해 138억달러 규모에서 2026년 509억달러까지 성장하며, 5년 연평균 성장률이 32%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본격적인 XR 시장 진입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을 중심으로 성장 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