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수능 발언에 여 "당연" 야 "모르면 가만 있으라"

윤 대통령 "수능 배제 발언" 놓고 여야 격돌

입력 : 2023-06-18 오후 4:20:1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한 뒤 함께 참관한 국민들에게 인사말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야가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너무나도 당연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수능이 본래 역할대로 학생들의 실력을 정정당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며 "이른바 '킬러 문항'을 제외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실력조차 변별하지 못하는 '물수능'이 되지 않음에도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조장하는 민주당에 묻는다. 값비싼 학원비를 들여 실력이 아닌 '문제 풀이 스킬'을 익혀야만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공정한 시험인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모두가 응시하는 수능을 위해 자녀를 학교가 아닌 학원에 보내고 있다면, 그것이 상식적인 사회인가. 지난해에만 사교육비로 무려 26조원이 쓰였고, 이는 모두 학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됐다"며 "젊은 세대들은 지금의 부모 세대와 같은 사교육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겠다는 지경이다. '사교육이 없어도 수능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을 두고 민주당은 또다시 선전선동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 대변인은 "대혼란에 빠지는 것은 그동안 사교육으로 이익을 취해 온 이들이고, 학생과 학부모가 계속 불안해하길 바라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혼란을 위한 혼란을 만드는 행위야말로 악질적인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할 것"이라며 "사교육으로 인한 학생, 학부모의 고통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윤석열정부의 사교육 근절 노력이 결코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고액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성실하게 매진해 온 학생들은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사교육 근절을 통해 공정한 수능,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교육현장에서의 공정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사교육 경감 방안 등과 관련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 발언 후속 조치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합니다.
 
반면 홍성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서면브리핑에서 "일단 들이받고 보는 윤석열식 '범퍼카 국정운영'이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스쿨존'에서 벌어진 사고이니 가중처벌 대상"이라며 "뭐라고 변명해도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방식에 훈수질을 한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수능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대변인은 "비난이 쏟아지자 대통령은 애꿎은 교육부 대입국장을 경질하고, 이주호 교육부총리를 단두대에 세우는 공포정치를 선보였다. 만 5세 입학 논란 때 박순애 부총리 경질에 이은 교육부 수난시대로 교육부 공무원들이 단두대에 서야 할 적폐인가"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은 교육부 공무원도 장관도 아니다. 무대포로 지시를 내린 것은 대통령 본인으로 자신이 지시해놓고 뒤탈이 나자 아랫사람을 탓하는 뻔뻔한 대통령에 국민은 기가 막힌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불수능이 될지 물수능이 될지 몰라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수능 난이도와 출제경향에 대해서 정부에서 누가 답할 수 있느냐, 윤 대통령은 답할 수 있느냐"며 "학생들 못지않은 입시지옥을 견디는 학부모들도 울분과 비명을 토하고 있다. 대통령의 망발에 학부모들은 어질어질하고 오죽하면 선생님들도 '애들만 불쌍하다'며 대통령을 욕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홍 대변인은 "만 5세 입학, 주 69시간제로 노동계를 들쑤시던 때, 국민의 바람은 딱 하나였다. 모르면 가만히 계시라는 것"이라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사교육을 탓하기 전에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남은 임기 4년, 대통령이 또 어떤 문제를 만들지 국민은 걱정스럽다"며 "윤 대통령이야말로 아는 범위 안에서 말하기 바란다"고 충고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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