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영주 경희대병원 고위험산모센터장 "임신 전 건강검진·관리 중요"

"고위험 임신, 미리 알면 산모와 아기 모두 지킬 수 있어"

입력 : 2023-06-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여성들의 혼인 연령이 높아지면서 30대 이상 산모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첫아이 출산이 늦어질수록 노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본지는 고위험 산모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는데 특화된 경희대학교병원 고위험산모센터 수장인 이영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위험 임신에 대한 적확한 정보와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치료, 관리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정리했습니다.
 
-고위험 산모를 이해하기 쉽게 정의한다면?
 
고위험 산모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산모와 다른 하이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말 그대로 엄마나 태아, 태어날 신생아 모두 임신 과정에서 위험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임신이 고위험 임신입니다. 흔히들 나이를 기준으로 산모가 만 35세 이상이면 고위험 임신이라고 하는데 나이 외에도 산모의 건강 상태, 질환의 유무, 태아의 상태 등을 종합해서 따져봐야 합니다. 고위험 임신의 기준이 되는 만 35세 이상은 임신 당시 나이가 아니라 산모가 출산했을 때의 나이입니다. 
 
-조산, 산후 출혈이 고위험 산모나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인가?
 
37주 이전에 출생한 조산 신생아인 경우 폐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탓에 스스로 호흡하기 힘들 수 있고 저혈당도 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보통 34주 이후에 태아의 폐성숙이 완성되는데요. 34주~36주에 출생한 경우를 후기 조산으로 보는데 이때 출생한 신생아들은 저혈당, 조산아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산의 경우 신생아에게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죠. 산후 출혈은 산모가 24시간 이내에 1리터 이상의 출혈이 있는 경우 심한 경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고위험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지?
 
고위험 임신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 전에 본인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임신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고위험산모센터에서는 임신 기간에만 산모를 보는 게 아니라 임신 전, 분만 후까지 산모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관리합니다. 대부분 산모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임신하고 나서 산전 검사를 받는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임신 전에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부정맥이 경미한 경우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데 나중에 임신이 됐을 때 고위험 임신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임신 전에 검사를 통해 과거에 진단이 안 된 건강 이상을 잡아내 진료를 받는다면, 고위험 임신 위험으로부터 좀 더 안전해질 수 있죠. 고위험 임산에 대한 예방은 산전 검사보다는 임신 전 검사부터 시작돼야 해야 합니다.
 
-고위험 임신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임신 전 검사인지?
 
그렇습니다. 당뇨도 사전 검사를 통해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궁 기형이나 이상은 임신 전에 초음파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결론적으로 임신 전에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심전도 등 기본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영주 경희대병원 고위험산모센터장(사진=경희대학교병원 제공)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 고위험 산모들에게 더 적합한 것은 무엇인지?
 
실제로 외래에서 산모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제왕절개는 해야 하는 적응증이 있습니다. 즉 이런 경우에는 제왕절개를 꼭 해야 하는 경우인데요. 예를 들면 뱃속 아기가 의학적으로 괜찮다고 확신할 수 없을 때는 반드시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를 해야 합니다. 또 태아는 자궁 입구를 열면서 질을 통해 나오는데요. 아기가 나오는 입구를 산도라고 합니다. 산도에 근종이 있거나 이상이 있는 경우, 산도를 태반이 막고 있는 전치태반인 경우에는 반드시 제왕절개로 출산해야 합니다.
 
고위험 임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적응증은 정해져 있어 이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제왕절개를 해야 하고 그 외에는 자연분만을 추천합니다. 자연분만을 하게 되면 아기가 엄마의 배 안에서 계속 수축을 받아 폐가 압력을 받으면서 폐 안에 차 있는 양수를 뱉어낼 수 있고, 질에 있는 좋은 유산균을 섭취하면서 산도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자연분만으로 출생한 아기들 대부분이 3~10세까지 아토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위험 임신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지?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약은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성분이 들어간 여드름 약을 발랐다면 몇 개월 동안은 임신을 주의해야 합니다. 임신 중에는 카레와 같은 향신료들을 섭취하거나 흔히 마시는 허브티도 복용 전에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향신료나 허브티 같은 차는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임신 초기 고농도 비오틴을 섭취한 경우 유산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복용하고 있는 약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먹고 있는 먹거리에 대해서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희대학병원 고위험산모센터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조기 진통이 있거나 자궁 기형, 임신중독증을 가지고 있는 산모들이 주로 저희 센터에 입원합니다. 입원한 산모 3분의 2가량이 조기 진통인 경우인데요. 조기 진통은 급성기와 만성기가 있습니다. 급성기 동안 자궁 수축과 분만 진행이 안 되도록 조절할 수 있는 약재를 사용하는데요.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 자궁수축억제제 등을 사용해 임신 기간을 태아의 건강 상태에 유리한 기간까지 늘려줍니다. 24주에 태어난 신생아와 34주에 태어난 신생아의 건강 상태는 천지차이기 때문입니다. 조산의 경우 신생아 호흡곤란, 뇌출혈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산모보다 고위험 산모에서 태아 기형이 발행할 확률이 높아 우려하시는 산모들이 많습니다. 보통 35세 이상만 돼도 염색체 이상이 생길 확률이 25세 미만보다 1.5배나 증가하기 때문이죠. 임신 후반기에 보이는 태아 기형들도 있습니다. 보통은 20주에서 24주 사이에 정밀 초음파를 통해 태아 기형을 감별 하는데, 저희 병원에서는 30주에서 32주 사이에 한번 더 정밀 초음파를 통해 태아 기형을 평가합니다. 고위험 임신과 관련된 진료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학회에서 각 센터별 사례 공유와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심도 있는 연구와 개선된 치료법들을 함께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위험산모센터를 이용하기 앞서 환자 측에서는 현실적인 비용 부담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 조언이 있다면?
 
입원하는 조기 진통 산모의 경우 자궁수축억제제를 쓸 수가 있는데요. 합병증이 없는 자궁수축억제제는 비싸고 보험이 적용되는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이 부분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등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위험 임신에 해당하는 임신 중 질환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소득 구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은 300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환자분들에게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병원은 사회사업지원팀과 연계해 높은 비용 부담을 덜어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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