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잇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개인 주주의 총애(?)를 받는 종목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가 나오면서인데요. 기업 분석은 애널리스트의 고유 영역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사견을 담은 의견 전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주가 변동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에 대한 신뢰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통신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이 지난 21일 발간한
에치에프알(230240) 분석 리포트로 인해 고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엔
에코프로(086520) 매도 리포트를 쓴 2차전지 베스트 애널리스트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감독원의 서면 질의까지 받았는데요. 잇따른 하나증권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대한 융단폭격이 이어져 리서치의 위상 추락이 염려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진=네이버증권)
에치에프알, 목표가 하향 한달 반 만에 '또' 내려
전날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의 에치에프알 리포트는 개인들의 불만을 쇄도케 만들었는데요. 김 연구원은 '실적 부진 이어질 것, 주식 모으기 운동 주가 영향 미미'라는 제목으로 에치에프알 기업분석 리포트를 냈습니다.
투자의견은 '매수' 유지였지만 목표주가는 3만원으로 하향했습니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8만원이었던 에치에프알 목표주가는 지난달 3일 발간한 리포트에선 5만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이어 한달 반 만에 3만원으로 내린 셈인데요. 단기간 가파르게 하향된 목표주가로 인해 신뢰도가 도마에 오른 모습입니다.
김 연구원은 목표주가 하향에 대해서 "이전 자료에서 언급했듯이 상반기 실적이 부진할 전망인데다가 하반기 수주 성과가 도출된다고 해도 매출로 반영되는 시기는 2024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기업 상황 변화에 따른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바뀔 수 있지만 기간이 너무 짧고 리포트가 나오는 사이 주가가 급락하면서 목표주가를 '마사지'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올해 3만7000원으로 시작한 에치에프알 주가는 현재까지 40%가 넘는 하락폭을 보이고 있는데요. 2월까지 3만원대를 유지했지만 4월 말 2만6950원으로 떨어졌고 지난 2일에는 장중 2만400원으로 연간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말, 김 연구원은 에치에프알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매출액 1145억원, 영업이익 329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출액은 971억원, 영업익은 169억원으로 각각 전망치보다 152억원, 486억원 낮았죠.
5월에는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예상하며 1분기 매출액 384억원, 영업익 26억원으로 내다봤고 목표주가를 3만원 낮춘 5만원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적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올해 1분기 에치에프알은 매출액 368억원과 영업손실 9억원으로 영업적자 전환했네요. 그리고 이달 21일 리포트에서 2분기 매출액 334억원, 영업손실 13억원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3만원 또 내린 것입니다. 주가 하락에 후행하는 목표주가 변동은 아니지만 실적 전망이 번번히 빗나간 점은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주식 모으기 운동' 사견…투자자 '분노'
여기에 소액주주들의 주식 모으기 운동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게재해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했습니다. 최근 에치에프알 주가가 하락하자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요.
김 연구원은 "최근 에치에프알 소액주주들의 지분 모으기가 활발하다"며 "경영진에게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과거
유비쿼스홀딩스(078070)와 같은 성과를 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이유로 유비쿼스와 에치에프알이 사정이 다른 점을 꼽으며 "결국 경영 개선 소지가 많아야 소액주주 결집이 큰 효과를 볼 텐데 현 상황으로만 보면 행동주의 펀드가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낮다. 취지는 좋지만 소액주주들이 기대하는 결과가 도출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김 연구원이 작성한 주식 모으기 운동에 대한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의견이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소액주주 운동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에 의도성이 보인다는 것이죠.
에치에프알 주식 종목게시판에는 김홍식 연구원에 대한 성토글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저 정도면 애널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주식 모으기 운동이라는 표현은 뭐냐" 등 리포트 발간 이후 게시글이 도배가 되고 있네요.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에 대한 비판은 낯선 상황이 아닙니다. 불과 두달 전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로 연구원이 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은 사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달전 데자뷰…베스트 애널 위상 어디?
지난 4월 12일,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Great company, but Bad stock(위대한 기업, 다만 나쁜 주식)'이란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에코프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했고 발간 전일 종가 대비 41% 낮은 45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제시했죠.
리포트가 나오자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이어졌습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인터넷 커뮤니티엔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시세조작을 하고 있다"는 등의 악의적인 게시글까지 올라왔는데요. 금감원에까지 투자자들의 민원이 닿았고 금감원은 김 연구원에 서면 질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치에프알 리포트를 쓴 김홍식 연구원은 수년 째 통신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입니다. 김현수 연구원도 작년 2차전지 베스트 애널리스트죠. 두달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로 인해 하나증권 리서치센터가 융단폭격을 당한 것이죠.
하나증권 관계자는 "지난 4월 말 리포트가 나온 종목(에코프로)은 이목이 많이 쏠렸었고 시장에 이미 과열 논란이 있던 종목이라 주목이 많이 됐었다"며 "이번 종목(에치에프알)은 그 정도까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