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와인·수제맥주…고급화 전략 선회

엔데믹 여파에 와인·수제맥주 시장 성장 정체
와인 업계, 전문 체험형 콘텐츠 갖춘 공간으로 승부
수제맥주 업계, 콜라보 아닌 본연의 경쟁력 제고할 때

입력 : 2023-06-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와인 및 수제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업체들이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입니다.
 
와인과 수제맥주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열풍과 함께 뚜렷한 신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일상 회복이 이뤄지고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홈술족 감소와 함께 성장이 정체되는 추세입니다.
 
일단 와인 업계는 엔데믹에 따른 오프라인 고객이 증가한 것에 착안해, 이들의 체류를 늘리는 마케팅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수제맥주 업체들 역시 이 같은 고급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고객 접점 늘린 와인 전문점으로 승부
 
2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와인 수입액은 5억8128만 달러로 전년(5억5981만 달러)보다 3.8% 증가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입액입니다.
 
하지만 와인 수입량은 7만1020톤으로 전년(7만6575톤)보다 7.3% 감소했습니다. 국내 주류 시장에서 와인 소비가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홈술 열풍과 함께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저렴한 와인이 대거 판매되며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여파로 홈술족 자체가 줄면서 와인 시장의 인기도 예전에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를 비롯해 고환율, 고금리 등 악재가 겹쳤고 이는 곧 기업들의 와인 수입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해외 주요 와이너리의 작황 부진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도 한몫했죠.
 
이에 대형 유통 업체들은 오프라인 고객들을 잡기 위해 체험형 콘텐츠를 늘리고 와인 전문 공간을 별도로 구성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보틀벙커'라는 와인 전문점으로 고객 공략에 나섰는데요. 지난 2021년 12월 롯데마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 1호점을 연 이후, 창원·광주에 연이어 2·3호점을 오픈했습니다. 또 연내 서울역 일대에 보틀벙커 4호점도 계획 중입니다.
 
그간 마트에서는 저가 와인을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요, 보틀벙커는 국내에 유통하지 않는 빈티지 와인을 비롯해 최고가 와인까지 판매하고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탭'도 마련돼 있는 등 와인 큐레이션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와인리스트'를 오픈했는데요. 와인리스트는 약 1000㎡ 규모로 총 5500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와인리스트는 단순히 와인을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경험형 소비를 유도하는 '몰링형 와인 전문관'을 지향합니다. 페어링 와인 공간과 푸드랩, 와인 테이스팅 바 등이 운영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세계도 지난달 경기 하남 스타필드에 1652㎡의 초대형 규모 와인 전문점인 '와인클럽'의 문을 열었습니다. 와인 구매는 물론 '아로마 체험 존'에서 와인 고유의 향을 경험할 수 있고, '와인 랩(LAB)'을 통해 와인 전문가들의 특강도 들을 수 있습니다.
 
콜라보에 지친 수제맥주…내실 다지기 절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콜라보레이션(콜라보) 열풍을 주도했던 수제맥주 시장도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특히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세븐브로이와 곰표밀맥주 간 법적 공방 이슈까지 더해지며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죠.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제맥주 업계 1위 업체인 세븐브로이맥주의 경우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53억원으로 전년 동기(101억원)보다 50억원 가량 줄었습니다. 또 영업이익도 4억6000만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29억5000만원)보다 25억원 가깝게 감소했습니다.
 
경쟁 업체인 제주맥주 역시 실적 흐름이 좋지 못합니다. 제주맥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47억원으로 전년(63억원)보다 16억원 줄었고, 영업손실은 20억6000만원으로 전년(14억8000만원)보다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수제맥주 업계의 이 같은 실적 저하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엔데믹에 따른 홈술 수요 감소와, 과도한 콜라보 마케팅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로 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는 수제맥주 업체들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본연의 가치를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콜라보 제품들을 쏟아내면서 수제맥주는 너무 가볍거나 트렌디하다는 고객들의 선입견이 생겼다"며 "수제맥주 자체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콘텐츠다. 업계가 지금부터라도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 이 같은 이미지를 전환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습니다.
 
한 주류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와인을 시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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