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밀맥주' 갈등 격화…"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콜라보 제품으로 의기투합했던 양사…법적 공방으로 관계 종지부
세븐브로이 "자사 기술 경쟁사에 전달…사업 활동 방해"
대한제분 "탈취나 도용 등 기초적 사실관계 부합하지 않아"

입력 : 2023-06-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유통가의 대표적 콜라보레이션(콜라보)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던 '곰표밀맥주'와 관련해 제조사였던 세븐브로이맥주와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세븐브로이가 곰표밀맥주 재출시와 관련해 법적 공방에 나서자 대한제분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이죠.
 
20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지난 5월 법원에 곰표밀맥주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이달 15일에는 대한제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이 자사 기술을 경쟁사에 전달해 사업 활동을 방해했다는 입장입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종료한 뒤 세븐브로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제주맥주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곰표밀맥주 시즌2'를 내기로 했는데, 이 시즌2 제품이 앞서 세븐브로이와 협업한 제품과 동일하다는 논리입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대한제분이 지난해 4월경 곰표밀맥주의 해외 수출 사업을 직접 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세븐브로이는 모든 해외 수출 사업을 대한제분에게 넘기고 수출 노하우와 업체들까지 소개해줬다"며 "계약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해외 수출에 무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판매 마진도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제분은 바로 입장자료를 발표하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대한제분은 곰표밀맥주 시즌2의 레시피가 곰표밀맥주와 동일하다는 세븐브로이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이번에 재출시되는 곰표밀맥주는 새로운 파트너사의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되는 제품"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키지가 같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곰표밀맥주 패키지 디자인의 소유권은 대한제분에 있다"며 "세븐브로이가 언론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 '디자인 탈취 또는 도용'이라는 내용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수출 사업 탈취 여부에 대해서는 "곰표밀맥주의 해외 수출 사업은 애초부터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의 허락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며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의 수출 사업을 빼앗았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곰표밀맥주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지난 2020년 5월 선보인 이후 5850만캔이 팔린 주류 업계의 대표 히트 상품인데요.
 
사실 이 곰표밀맥주는 유통 업계에 있어 꽤나 기념비적인 상품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로 유통가에 혼란이 가중되는 시기에 업체들은 상호 이질적인 상품을 결합한 콜라보 상품들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 곰표밀맥주가 맥주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등장한 콜라보 맥주였기 때문이죠.
 
양사는 지난 3년간 수제맥주 제조 기술력과 곰표 브랜드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렸지만, 올해 3월 대한제분이 상표권 계약을 끝내면서 동행은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양사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는데요.
 
세븐브로이는 지난 4월 기존 곰표밀맥주 이름을 '대표밀맥주'로 바꿔 생산했는데, 대한제분은 이 대표밀맥주의 패키지가 기존 곰표밀맥주와 흡사해 경쟁 질서에 반한다며 경고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곧바로 대표맥주의 제품 패키지를 바꾸게 됐고, 이후 최근 법정 공방으로 번지기에 이릅니다.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콜라보 마케팅은 협업 업체 간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고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도 쉬어 최근 3년간 널리 쓰였던 기법"이라면서도 "마진 분배, 브랜드 로열티 지불 등 법적 권한에 대해 양사가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을 경우 문제 소지가 있는 마케팅이기도 하다. 이번 일로 콜라보 마케팅 문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작년 12월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곰표밀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맥주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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