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고 양국의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우리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며 베트남 방위산업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당초 베트남 군은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무기 체계가 마련돼 한국 방산업체들에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양국 정상 간 주요 의제가 방산이 포함된 만큼, 이번 기회로 베트남에 주요 무기 체계를 수출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22일 프랑스 파리 순방을 마친 뒤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해 24일까지의 현지 일정을 소화할 계획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3일 트엉 국가주석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 확대 방안을 논의합니다.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맞춰 205명에 달하는 국내 기업 수장들도 경제사절단으로서 함께 동행합니다. 경제사절단에는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과 강구영
한국항공우주(047810)(KAI) 사장 등 방산업 주요 관계자가 참여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 5~7년간 3조원에 육박한 예산을 투입해 군대 내 무기체계의 현대화를 완수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방산업계가 방산 관련 수주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겁니다. 아울러 베트남 판 반 쟝 국방장관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 육군에 배치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K-9 자주포에 관심을 보인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이번 베트남 순방이 한국 방산 기업들의 베트남 사업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맞아 홍보수석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기획한 '교류·협력을 통해 같이 발전하는 동반자'란 주제의 광고 영상이 하노이 시내 베트남 한국문화원 옥상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화에어로·KAI, 베트남 수주 농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은 한국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 이집트, 인도,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호주 등 세계 9개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K-9이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신뢰도를 보장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더불어 KAI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의 동남아 지역 수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KAI는 베트남의 헬기 수요를 확인한 뒤 현재 물밑 교섭을 통해 기종 적합성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KAI는 말레이시아에 경전투기 'FA-50'을 수출하는 등 동남아 지역의 한국 항공기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 국면도 기회로 작용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앞서 베트남은 과거 2000년대 군사 장비의 80%를 러시아에서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러시아 제재와 전쟁에 따른 러시아 내부 사정으로 기존 무기 체계의 성능 개량과 유지 보수, 부품 교체 등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 수입량을 늘리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베트남과 해양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방위산업 분야에서 양자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도 "양국간 방산 분야 협력이 기대가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한 뒤 K2전차, K9자주포, K-808 차륜형 장갑차 등의 무기를 관람하며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