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AS의 핵심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Over The Air)입니다. 전기차의 부품 교환 등을 통한 수리나 리콜보다는 OTA를 통해 자동차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될 전망입니다. OTA는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무선 통신으로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2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대략 3만개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2만개로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엔진을 구성하는 6900개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구동 전달 체계에 들어가는 부품 5700개는 3600개로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기차, 내연기관차 부품 비교.(그래픽=뉴스토마토)
내연기관차에서 네비게이션, 블랙박스, 헤드라이터 등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직접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수리는 OTA 기술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눈에 가장 띄는 변화는 네비게이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볼보는 이달 초 애플 카플레이 사용자를 대상으로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네비게이션 앱의 정보를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계기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습니다.
전기차는 OTA 업데이트를 통해 수시로 생겨나는 도로 시설물의 변화와 카메라 정보 등을 최신화 하는데 운전자가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고도 차량이 스스로 신규 버전을 인지해 업데이트합니다. 앞서 내연기관차의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할 경우 SD카드를 PC로 꼽은 뒤 프로그램을 다운 받는 등의 번거로움을 OTA로 해결한 것입니다.
전기차 전문가는 "전기차 오너들은 앞으로 정비소를 더욱 가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자동차에 데이터만 연결된다면, 어디서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차량에 전자제어장치,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0년 180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25년 520억달러(약 6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부터 GV60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능을 강화하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제공하고 있다.(사진=제네시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OTA를 이용해 자발적 리콜을 하는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폴스타는 지난해 9월 실제 속도가 속도계 수치를 1~3km/h 정도 초과하는 현상을 발견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폴스타2 보유자들은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지 않고도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리콜을 했습니다.
또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가 미국에서 판매한 모델S와 X 4만여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었는데요. 당시 테슬라는 전자식 파워 어시스트 스티어링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울퉁불퉁한 길이나 포트홀을 밟았을 때 파워스티어링이 작동하지 않는 결함이 문제였습니다. 테슬라는 문제를 파악한 뒤 데이터를 이전 값으로 되돌리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문제 차량의 97%가 개선된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됐습니다.
자동차 무선 업데이트 규제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국내에서도 다음달부터 OTA가 정식 서비스로 인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직 OTA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임시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실제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자동차의 OTA 업데이트는 자동차 정비 행위에 해당돼 등록된 자동차정비업자의 사업장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완성차 업체들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막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발전하고 있는데, OTA가 국내에서만 아직도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무조건 규제하는 거보다 역량을 고려해 규제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OTA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자동차 해킹 피해를 비롯해 네트워크 연결 문제를 우려하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자동차가 먹통이 될 수 있어 관련 기술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제를 무작정 풀어주기보다는 탑승자의 안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분류해 적용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보고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