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1. 수입 전기차 차주 A씨는 자동차 핸들을 움직일 때 이상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나 집 앞 공업사를 찾았지만 곧 발길을 돌렸습니다. 공업사에서 전기차를 취급하지 않는다며 돌려보냈기 때문입니다.
#2. 지난해 여름 자신의 국산 전기차 에어컨이 고장나 AS센터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전기차를 다루지 않는다고 전기차 AS센터를 안내해줬고, 4개월이 지난 추운 겨울이 돼서야 출고됐습니다.
국내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기차 AS센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전기차 정비 산업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자동차 정비소 (그래픽=뉴스토마토)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4만5000여곳의 자동차 정비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국내 AS 센터는 1658곳에 불과합니다. 3.6%에 해당하는 적은 수치입니다. 2021년(1404곳)보다 18.1%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 전기차의 부품 수는 1만여개로 내연기관차의 3분의 1 수준인데 설계 구조도 단순합니다.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간단해 내연기관차보다 교체·수리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전기차 AS센터의 수요가 낮습니다.
AS센터 수요가 낮은 전기차 정비소라고 하더라도, 완성차 제작사의 직영·협력 서비스센터나 종합정비업체가 대다수입니다. 사실상 동네 카센터에서 전기차를 수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기차 AS센터는 부족한데 전기차 보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9년 8만9918대에서 2020년 13만4962대, 2021년 23만1443대, 2022년 38만9855대로 급증했습니다.
2021년에서 2022년 전기차 AS센터가 18% 증가한데 반해 전기차 보급은 같은기간 68.4%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AS센터 한 곳당 전기차를 감당해야하는 부담도 더욱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늘어날수록 사후관리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전기차 배터리가 차량과 일체형 등으로 설계돼 있어 경미한 손상에도 배터리를 수리하지 못하고 폐차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은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전국에 1300곳 가량의 전기차 AS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는 200곳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의 개선점도 많은 상황에서 사고를 염두에 두고 AS센터 필요합니다. 이에 소비자들도 AS센터가 부족한 수입 전기차 보다는 국산 전기차를 선호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실제 서울 전기차 엑스포(EV TREND KOREA) 사무국이 전기차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대차(43%), 기아(18%), 테슬라(14%), BMW(8%) 등 순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구매를 준비하고 있는 한 소비자는 "아무리 전기차에 스마트폰에 비유하면서 잔고장이 없다고 하지만, 기계는 기계이다 보니 수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아 EV9 생산 공장(사진=현대차그룹)
정부는 2030년 전기차 보급 300만대를 목표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성능이나 연료효율, 주행거리 등에 대한 기술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정비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전기차 진단을 위한 자격을 갖춘 인력도 매우 부족합니다. 인력 충원을 위해 전기차 정비 기준에 대한 내용을 제도화하고 정규 교육을 통해 신규 인력을 창출해야 할 필요성도 커집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 운행 안전 확보를 위해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리법령에 근거해 자동차 검사원 기술인력 법정 교육과 자격관리, 자동차 관리사업 등을 위탁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정기·종합 검사는 기존 자동차 검사소가 일반 자동차 검사와 같은 수준의 제동력 측정, 배출가스, 주행·조향 장치 검사 등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기차 정기검사 진행이 불가한 실정입니다.
제작사는 전기차의 일상 점검 항목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비 항목에 대한 표준이 없고, 배터리를 별도로 검사하는 점검 항목도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전기차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정비업체만이 전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한 자동차 정비소 관계자는 "사실상 동네 카센터에서는 전기차 정비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서 "완성차 제작사가 직영·협력하는 소수의 정비소만 남아 전기차 AS센터는 증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체계적인 전기차 정비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 자동차 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전기차 전문 수리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하는데, 현대차·기아 직영에대한 것들만 일부 진행되고 있다"며 "일반 내연기관차 정비사들의 일자리를 유지 시켜주게끔 전기차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