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태영·고은하 기자] 정부의 연이은 식품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각종 식품 가격이 인상될 전망입니다. 더불어 우유 원유 기본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어 우유 가공품도 추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커피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편의점 아이스크림 1200원→1500원
CU와 GS25,이마트24는 다음달 1일부터 음료, 아이스크림, 통조림 등 식료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할 예정입니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폭은 최대 25%에 달합니다. 롯데 스크류바, 죠스바 등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인상됩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지난 4월에 편의점 채널에 판매되는 제품가격을 올리려고 했다"면서 "원가 압박 때문에 더이상 가격인상을 보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커피와 우유 제품 가격도 인상됩니다. 코카콜로음료의 고티카(270㎖)와 크래프트(470㎖)는 각각 2200원, 2500원에서 2400원, 2700원으로 인상됩니다. 일반 음료의 경우 미닛메이드 알로에·포도는 1100원에서 1200원, 미닛메이드 오렌지는 4500원엣 4900원, 썬키스트 유자·모과는 1900원에서 2000원으로 가격이 오릅니다.
매일유업은 다음달 1일부터 치즈 19종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합니다. 슬라이스 치즈 제품인 '뼈칼슘치즈'와 'NEW체다슬라이스' 제품 가격은 10~15.6% 인상되고, 자연치즈 제품인 '후레쉬모짜렐라'와 '리코타치즈' 등 제품은 18.6~18.8% 인상됩니다.
동원F&B도 7월 1일부터 스위트콘의 편의점 판매가격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25% 인상합니다. 황도 캔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14.3%, 꽁치는 5000원에서 5500원으로 10% 인상됩니다.
식품업체 "지난해부터 버티다 결국 인상"
식품업체들은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미룬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동원F&B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다가 이번에 부담이 너무 높아져서 가격을 올렸다"면서 "꽁치나 황도 같은 경우에는 길게는 2년 전에 가격을 올리고 이번에 올리는 것인데, 원재료비 부담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인상했다"고 말했습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올초부터 계속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계속 인상 시점을 고민하다가 이번에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품 가격 인상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전망입니다. 우유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되면 8월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사료값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커져 올해 원유 가격인상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현재 리터당 원유 가격은 996원으로 새 원유 기본가격은 1065~1100원 사이에서 결정됩니다. 올해는 리터당 70∼100원 범위에서 가격이 인상될 전망입니다.
원유 가격 인상폭이 결정되면 우유 제품과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원유 기본 가격이 리터당 49원 인상되자 유업체들은 흰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엔 빙그레 대표상품인 바나나맛 우유(240㎖) 편의점 가격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올랐습니다.
식품 가격 인상이 걷잡을 수 없자 정부는 원재료 가격 인하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분업계와 밀가루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해 라면 등 주요 식품 가격 인하를 유도할 예정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오후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 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공식품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 안정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은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면서 라면값 인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중장기적인 식품 가격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장기적인 가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업체들이 정부 눈치를 보다가 내년엔 가격을 올리기 더 힘들다는 판단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업체 입장에선 기존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은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격 인상"이라면서 "정부는 무조건 식품업체에 '가격 올리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가격 정책을 만들고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태영·고은하 기자 t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