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지난해 4조원에 가까운 영업흑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말과 올 초 2회에 걸쳐 자회사 SK온에 총 2조원을 지원했지만 정작 회사 운영 비용은 주주에게 손벌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500억원가량의 채무 상환을 위해 주주에 회사 빚을 대신 갚게 한다는 성토도 이어집니다.
표=뉴스토마토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SK이노베이션은 1조1777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자금조달 목적은 시설자금(4185억2200만원), 채무상환자금(350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4092억원)입니다. 신규 발행될 주식은 819만주로 현재 상장 주식 수(9246만5564주)대비 8.9%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예정발행가액은 14만3800원으로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10월4일입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26일과 이날 이틀 동안 9% 가까이 밀리고 있습니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별 수급동향도 올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초부터 전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05억원, 1916억원 순매도했습니다.
주주들은 이번 유상증자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연간 실적이 역대 최대치로 증가한 매출액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989억원을 기록했는데, 채무 상환 자금 등을 주주들에 손벌려 회사의 주머니를 채우는 형국이라는 지적입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번에 걸쳐 자회사 SK온에 유상증자 참여로 총 2조원을 지원했습니다. 회사는 이를 두고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증시 상장이 지연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주들은 주주가치를 훼손시켰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한 SK이노베이션 주주는 "지난 3월 SK온 물적분할로 주가에 부담을 준 지 얼마 안 돼서 또다시 유상증자로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왜 회사 채무를 주주 돈으로 갚나"며 비꼬았습니다. 또 다른 주주도 "유상증자로 납입된 돈을 신규 사업이나 타법인 인수 등에 활용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번 유증은 이러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식토론방에서도 "돈이 남을 땐 임직원들 1000%씩 성과급 잔치하고, 모자라면 개미 등골 빼먹고...", "돈 필요하면 주주들 돈 뜯어가...돈 벌 땐 임직원들만 배 터지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 SK이노베이션 각 계열사 직원들은 기본급여에 전년도 성과에 따라 기본급 기준 최대 800%의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증권가, SK이노베이션 목표가 하향…"주주지분 희석 실망"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주가치 훼손과 재무 관련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20만8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한단계 낮은 '아웃퍼픔'으로 내렸습니다. 현대차증권도 기존 22만5000원에서 19만3000원으로 내리고 투자 의견도 '중립'으로 하향했습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 주가는 유상증자로 조정을 거쳐 하락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향후 신규 사업 투자 성과 반영을 통한 주가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하는 수소 암모니아, 폐기물을 활용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생산, 차세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확보 등 신사업 결과는 오는 2025년 이후 나타나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포드와의 합작 투자를 위해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12조원을 차입하는 등 중장기 대규모 투자를 위한 차입금이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SK온에 대한 지분율 희석이 계속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창출을 통한 영업현금흐름이 아닌 유상증자로 타인 자본을 상환한다는 점,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캠퍼스 건립 등에 유상증자를 활용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투자 예정인 신규사업이 각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중단기 수익성 개선 효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장기 투자건들의 경우 단시일내 수익성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이를 자체 이익창출에 기반한 재원이 아니라 주주지분 희석을 통한 점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