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조용훈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심의기한일이 돼서야 가까스로 정상화 논의에 돌입했습니다. 협상 테이블 참여가 불분명했던 노동계가 복귀하면서 내년 시급 1만2210원과 9620원 요구를 놓고 팽팽한 논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 시행 후 총 36차례의 심의 중 법정 기한을 지킨 건 9번뿐입니다. 때문에 노사·을을 간 갈등 구도가 아닌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 '선진화된 공론의 장'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29일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는 '정부의 노동 탄압'을 이유로 근로자위원이 자리를 떠나 파행된 지난 회의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안의 본격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당초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한 논의는 법정 심의기한을 앞두고 제8차 전원회의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들은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강제 해촉'에 반발하며 모두발언 직후 퇴장하면서 파행을 맞았습니다.
노동계는 제9차 전원회의 참석을 두고 29일 오전까지 고심하다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습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26.9% 오른 1만22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민 상황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9620원 동결'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최조 요구안을 제시하고 두 금액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날 근로자위원들은 해외 최저임금 인상 사례와 설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26.9%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23년 법정 최저임금을 유럽연합 21개국이 전국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12.36%였고, 영국, 미국, 프랑스 등에서 최저임금을 대폭인상 했다"며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최우선 정책목표로 물가승률을 뛰어넘는 임금인상을 독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2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서명에 7만6000명 이상이 참여해주셨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직장갑질 119에서 전국 직장인 1000여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40.5%가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2000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이들을 포함해서 77.6%가 최소 1만1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역시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불법부당한 거래를 강요하고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고 ESG경영의 원칙도 아니다"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이어 "올해도 사용자위원들은 임금 동결을 되풀이했다"며 "이는 최저임금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고, 반헌법적 처사다. 물가폭등 생활고에 신음하는 노동자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폭거"라고 주창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수활성화의 시작은 노동자의 임금인상이며, 노동자의 임금인상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1만2210원을, 사용자위원들은 9620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은 9차 전원회의.(사진=뉴시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전국 최저임금 영향사업체의 306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2024년 최저임금은 동결됨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55.1%로 높게나타난다"며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어두운 터널을 넘어가는 시작점에 있다. 고용주체인 소상공인, 영세상공인, 중소기업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최저임금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로자위원측은 물가상승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시지만 지난해 고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5년간 최임인상률은 동기간 물가상승률은 2배가 넘는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생활문제를 오로지 최저임금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부연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두고 매년 노사 갈등이 반복되자, 최저임금 전원회의 방식 등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태도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이라는 게 물가 인상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단일한 최저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 인상을 주요 기준으로 놓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매년 (갈등이) 반복되니 피로감이 있는 데다가 노사 간의 논의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공익위원들이 결정을 해야 되니까 당사자들도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국민 관심사가 큰 최저임금 논의가 국민 피로감으로 변질 되고 있다"며 "선순환 구조로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기틀로 논의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장으로 시스템을 보완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1만2210원을, 사용자위원들은 9620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앞 설치된 한국노총 천막농성 현장.
세종=김유진·조용훈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