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오는 8월4일 고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방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과연 북측이 현 회장의 방북 초청장을 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 회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현 회장측은 정몽헌 전 회장 20주기 추모식 일환으로 금강산에 방북하고자 지난달 27일 통일부에 대북접촉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신고서를 검토해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접촉신고는 우리 국민이 북측을 만나기 전 정부에 그 계획을 신고하는 절차입니다. 신고 요건에 부합할 경우 통일부는 오는 3일 내로 신고서를 처리할 예정입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몽헌 전 회장 20주기 추모를 계기로 북측과 잘 얘기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남북은 현재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금강호텔과 같은 금강산 현대아산 시설을 무단 철거를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현 회장이 20주기 추모와 함께 남북 관계 개선에 일조해 현대 시설 철거를 막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접촉신고 이후 현 회장 측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접촉할 계획입니다. 현 회장측은 아태평화위와 접촉해 방북 초청장을 받고 이 초청장으로 통일부에 방북승인을 신청해 받아들여지면 방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현 회장 방북을 위한 초청장을 보낸다면 우리 정부도 인도적 목적의 방북인 만큼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남북간 소통이 완전히 막힌 상황에서 북측의 의중을 파악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관건, 방북 허용 여부…전문가 "요청 무시할 가능성 높다"
관건은 북측의 현 회장 방북 허용 여부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북 성사가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측이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경봉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 이후 입국이 확인된 사례는 북한 주재 중국대사 뿐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해관계를 중요시 하는 북한이 현재 국면에서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전무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현 회장 방문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북에 현 회장만 가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동행한다고 했을 때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 센터장은 "무엇보다 MB정부 시기에 관료들이 복귀하고 있는 상황이라 특별한걸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현대아산이 건설한 시설을 철거하고 있는데 현 회장이 가서 복구를 요구한다거나 하면 관계가 더 복잡해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득실을 많이 따지는데 현 회장이 와도 북한에 도움될 게 없다고 볼 가능성이 높아 현 회장의 방북 요청을 무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설령 현 회장의 방북이 성사될 지라도 강경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민간차원에서 특별한 행사를 우선시한 방문이기 때문에 이 하나로 양측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며 "윤석열정부와 북한의 대북, 대남 입장이 강경해 변화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현 회장은 지난 2018년 절차를 거쳐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전 회장 15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