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내부 '기대반 우려반'…"전문가 오면 좋지만 '힘' 있는 사장도"

한전 사장 공모 마감…김동철 전 의원 유력 전망
62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사장 나올지 주목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윤 대통령 공약과 배치
한전 내부, 기대반 우려반…적자 탈출 '최대 시급'

입력 : 2023-07-06 오후 4:53:03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전력 새 사장에 정치권 인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전문성이 의심되는 낙하산 인사가 에너지 공공기관장으로 줄줄이 임명되면서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정작 한전 내부 사정은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사장을 선호하면서도 적자난의 힘든 현실을 타개시킬 '힘' 있는 인사를 바라는 시선도 있기 때문입니다.
 
6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차기 한전 사장 후보에는 4선의 김동철 전 의원을 포함한 복수의 후보자들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하마평에 올랐던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박일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조인국 전 서부발전 사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준동 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은 모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력한 차기 사장으로는 김동철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김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20대 총선까지 4선을 지낸 중진입니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 이력의 대부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한 가운데 지난해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돕는 등 보수 진영으로 들어선 인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김 전 의원이 낙점된다면 62년 만에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이 나오는 셈입니다. 문민정부 이후 한전 사장 중 정치인 출신은 없었습니다.
 
제11대 이종훈 사장은 한전에서 평생을 바친 전기 전문가였고 12대 장영식 사장은 교수 출신이었습니다. 17대 김쌍수, 18대 김중겸 사장은 각각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기업인이었습니다. 정승일·김종갑·조환익 전 사장 등은 모두 산업부 관료 출신입니다.
 
한국전력 새 사장에 김동철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진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동철 전 의원 모습. (사진=뉴시스)
 
유력 후보인 김 전 의원은 한전을 관장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긴 했지만, 전기·에너지 분야에 관련된 직접적인 커리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에너지 업계 안팎에선 '전문성 결여'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에너지 공기업을 포함해 최근 전문성을 찾기 어려운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기관장 인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는 이학재 전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는 윤석대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각각 취임한 바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정무특보, 윤 전 행정관은 비서실 정책위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가스공사 사장에는 최연혜 전 의원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정용기 전 의원을 각각 임명했습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대선 캠프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정용기 난방공사 사장은 정무특보 출신입니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지난 2월 임명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도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입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문제만큼은 역대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평가가 나옵니다. 최대 공기업인 한전 사장 후보군에도 현 정권 캠프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 거론되자,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정작 한전 내부의 사정은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한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 문제가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 사장의 능력도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낙하산 인사를 싸잡아 비난할 순 없지만 에너지 공기업 만큼은 에너지사업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비전문가를 앉히는 것은 위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한전이 사상 초유의 재무 위기와 고강도 내부 개혁에 직면한 상황에서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가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다른 한전 관계자는 "전문가가 오는 게 좋지만 한편으로는 정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 한전이 D라는 역대급 저평가를 받아서 직원들 월급이 많이 깎였다. 현실적인 걸 요구하고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사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 관련해 현재 분위기는 반반이긴 한데, 사실상 크게 반응은 없다. 내부적으로 한전이 너무 힘들다 보니 사장이 누가 오던 관심이 없다는 분위기다"며 "사장이 누가 오더라도 현재 적자 문제 등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우리는 요금 정책이 최대 관심사다. 요금 정책 현실적으로 바꾸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새 한전 수장은 앞으로 약 두 달간의 서류심사, 면접 등을 거쳐 오는 9월께 결정될 전망입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지난달 중순 기자 간담회에서 차기 사장 임명 절차와 관련해 "규정 상 한두 달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전력 새 사장에 김동철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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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