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정부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4일 발표한 IAEA 최종보고서와 같은 결과입니다. IAEA와 마찬가지로 정부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정부 보고서, IAEA 결과와 '판박이'…오염수 방류 '용인'
9일 정치권에 따르면 IAEA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의 최종 보고서를 비교하면 곳곳에서 비슷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가장 유사한 부분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입니다. 원안위 보고서에선 '일본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리 계획이 계획대로 지켜진다면'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양쪽의 보고서에서 또 유사한 점은 오염수 속 방사성 핵종 함유량을 배출 허용 기준치 이하로 맞춰줄 핵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대한 후속 조치 부분입니다. 특히 ALPS가 제거하지 못한 삼중수소 역시 해수를 통해 충분히 희석할 수 있다는 데에도 양쪽이 견해를 같이했습니다.
후속 조치 부분과 관련해 원안위 보고서엔 '(ALPS의) 설비 고장 시 적절한 후속 조치가 수행됐음을 확인했고, 흡착재 교체나 점검이 적기에 된다면 성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이상 상황 시 정화·희석되지 않은 오염수가 방출되지 않도록 단계별 다양한 장치 확보 확인했다'고 돼 있습니다.
IAEA 보고서에도 이와 유사하게 'ALPS 처리수가 의도치 않게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 전체에 여러 가지 점검이 포함되어 있다'며 '도쿄전력은 ALPS 처리수의 의도치 않은 환경 방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을 감지하고 방지하기 위해 중복적이고 다양한 안전 기능을 고려한 배출 시설의 설계 기준을 개발했다'고 표기돼 있습니다.
정부도 IAEA도 "방사능 영향 미미"…국내 여론 못 바꾼 그로시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의 영향이 미칠 해양의 범위는 달랐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데에도 의견이 같았습니다. 원안위 보고서는 국내 해역을 대상으로 봤을 때 평균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미만으로서 방사능 영향이 과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예측했고, IAEA 보고서에선 후쿠시마 인접국을 범위로 하진 않았지만,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ALPS 성능에 대한 평가에 대해 IAEA 보고서에선 관련 내용이 빠져있었던 반면, 원안위 보고서엔 'ALPS의 성능은 흡착재가 적정 시기에 교체되고 안정화되면서 2019년 중반 이후 핵종별로 배출기준 이내로 정화됨을 확인했다'고 정리돼 있었습니다.
지난 5월31일 유국희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원안위 보고서엔 지난 5월21~26일까지 후쿠시마 현지에서 오염수 관리 현황을 점검한 전문가 현장시찰단의 평가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시찰단이 국내 돌아온 뒤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지 않다가, 이번에 IAEA 보고서 발표 후인 한 달여 만에 입장을 정리한 데에는 형식적 시찰을 방증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7~9일까지 한국을 찾아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며 IAEA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하며 2박3일 동안 사실상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