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배터리 내재화 전략…K-배터리엔 위협

전기차 가격경쟁력·배터리 수급 안정성 확보
내재화 성공시 배터리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수율·대량생산 과제…"배터리업체 '규모의 경제' 실현"

입력 : 2023-07-11 오후 2:55:2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와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체 배터리 공급망을 통해 수급 불안 해소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인데요. 앞으로 완성차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배터리업계에도 내재화는 큰 위협이 될 전망입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자체 설계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양산 차량에 현대차가 직접 설계한 배터리가 사용되는 건 처음입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사진=현대차)
 
현대차가 자체 설계한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로 니켈 함량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현대차는 소재 검증부터 적용 비율을 포함한 사양 확정 및 설계, 제품 평가와 성능 개선에 이르기까지 핵심 과정을 직접 맡았는데요. 이 배터리는 SK온에 위탁 생산할 예정입니다.
 
토요타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충전 시간은 10분 이하면서 1200km를 달릴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현행 전기차에 비해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되면서 주행거리는 2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것입니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1300여 건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양산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1000만번째 4680 배터리를 생산했다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은 2027년까지 독일, 스페인, 캐나다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설계 및 생산에 뛰어드는 건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을 배터리 업체에만 의존할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기술 격차가 크다는 판단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가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요 감소 및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배터리 업계는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 대량생산 등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사진-현대차)
 
실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폴란드 공장의 수율을 잡는데 2년 이상이 걸렸고 SK온은 해외 공장의 수율을 올리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신규 공장을 짓고 라인을 증설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다만 배터리 생산은 손을 많이 타는 공정이라 생산 노하우가 없으면 단기간에 수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터리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이나 GM도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지만 리튬이온 기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쉽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의 LG도 남들이 안할 때 20년 동안 연구해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면 내재화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과연 배터리 업체들보다 더 좋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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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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