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임+)소울라이크 'P의 거짓'이 넘어야할 문턱 두 가지

9월 출시 앞둔 네오위즈-라운드8 기대작
정통 소울라이크 구조로 기대감 높여
'피노키오 잔혹극' 서사 뚜렷해 차별화
'고수와 초보자 모두 만족' 어려운 도전

입력 : 2023-07-12 오전 6:00:00
사람은 즐거운 행위를 반복합니다. 음악을 다시 듣고, 책을 다시 읽고, 영화를 다시 봅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인데요. 특히 게임은 가상 세계 속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며, '서사를 겪는다'는 특징이 있죠. 그 맛에 한번 들리면 한동안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밌는 게임의 경우 결말을 본 뒤 '뉴게임+' 버튼을 누르고 싶어지는데요. '뉴게임+'란 한층 강해진 캐릭터로 게임을 새로 시작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버튼이자 기능을 말합니다. <뉴스토마토>는 이같은 '뉴게임+'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해, 플레이 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게임 혹은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게임을 골라 글로써 '리플레이' 하고자 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코너 '뉴게임+'가 출시를 앞둔 게임의 데모 버전 혹은 새로 발매된 게임을 꼼꼼히 살펴보거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을 제대로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물음표를 붙이고, 때로는 느낌표를 터트리는 재미를 게임 안팎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비오는 새벽. 한때 인간의 도구였던 로봇 인형이 삐걱이며 혈흔과 주검 사이를 오갑니다. '텅, 휙, 촤악!' 이윽고 단발머리 소년이 휘두른 검 아래서 마지막 작동을 멈춥니다. 비에 젖은 이 소년은 추위에도 두려움에도 떨지 않습니다. 으깨지고 부러지고 터지고 불에 타도, 표정 없이 깨어나 앞으로 나갑니다. 숙명의 실에 달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저는 네오위즈(095660)가 오는 9월19일 출시를 예고한 게임 'P의 거짓' 데모 버전을 한 달 째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두 시간만에 마쳤다는데, 저는 여섯 시간만에 첫 번째 보스를 쓰러뜨렸을 정도로 어렵더군요. 계속 죽었다 깨어나길 반복하다 보니, 출시를 두 달 앞둔 이 잔혹동화의 과제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동화 '피노키오'를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게임
 
P의 거짓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를 성인용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입니다. 소울라이크란, 일본 프롬 소프트웨어사의 '다크 소울' 시리즈 특유의 불친절한 게임성을 따르는 작품을 가리킬 때 씁니다.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얘기할 때 '리니지라이크'란 표현을 쓰듯이 말이죠.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이 만들고 있는 ‘P의 거짓’ 데모 실행 화면. 주인공 P(피노키오)가 서사의 중심부 '크라트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플레이스테이션5 화면)
 
그래서 P의 거짓을 하다 보면, 피노키오가 셀 수 없이 죽습니다. 소울라이크의 특성상, 상대의 공격 패턴을 익힐 때까지 죽거나, 특정 길목에서 습격 당해 죽거나, 여튼 여러가지 이유로 일단 죽으면서 장애물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런 게임을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울라이크의 종가, 프롬소프트웨어가 지난해 발매한 '엘든링'이 2000만장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 '매운 맛 게임'에 대한 팬들의 단단한 지지를 보여줍니다.
 
다크소울 1~3편 결말을 모두 본 게이머는 "계속 죽으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익혀, 끝내 무찔렀을 때의 쾌감이 소울라이크의 매력"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캐릭터 자체보다는 게이머가 성장하는 게 이 장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P의 거짓도 이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요? 일단 데모버전에 대한 평가는 칭찬 일색입니다. 이 작품은 지난달 온라인 게임 축제인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주목받아, 전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증명했습니다. P의 거짓은 이 행사에서 인기 출시 예정 제품 1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일일 활성 체험판 플레이 수 2위에 올랐습니다.
 
소울라이크 팬들이 P의 거짓 데모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인데요. 실제 출시된 본편이 결말까지 이런 만족도를 유지시킬지가 관건입니다. 소울라이크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면서도 왼팔에 붙은 그라인더로 칼날을 갈아 싸우고, 날과 손잡이 조합을 통해 개성 있는 무기를 만드는 방식 등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신선한 설정 '눈길'…탈 선형적 구조 속 서사 강약 조절 '관건'
 
남은 과제는 서사성의 강약 조절입니다. 주인공이 무슨 이유로 이 세계에 깨어나,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불친절하게 주어지는 게 소울라이크의 특징입니다. 누군가 내레이션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극의 흐름을 밝혀주지 않습니다. 게이머는 각지에서 주운 아이템의 설명을 읽거나 역사의 편린을 읽으며, 사료를 모으는 역사학자처럼 세계를 이해합니다. 팬들은 이게 소울라이크 서사의 매력이라고 하네요.
 
한 게이머는 소울라이크 얼개에 대해 "선형 구조지만, 여러 갈래 길을 헤매면서 자기 나름대로 세계관을 이해해 가는 매력이 깊다"고 말했습니다.
 
육하원칙 중에서 무엇을·어떻게·왜가 흐릿한 장르가 소울라이크인데, 이걸 게이머 스스로 채워가는 재미가 크다는 거죠. '누가'는 게임의 주체인 우리들입니다.
 
소울라이크는 과거 게임팩을 콘솔에 꽂아 하던 고전 게임 구조를 현대 3D 게임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 게이머는 "어린 시절 했던 게임들도 계속 죽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갔고, 서사도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구조가 아니었다"며 "당시엔 기술의 한계 때문이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의 재미'라는 것을 현대 액션 RPG로 풀어낸 게 소울라이크의 특징"이라고 평했습니다.
 
자, 이쯤에서 P의 거짓의 남은 과제를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볼까요. P의 거짓은 무엇을·어떻게·왜 가운데 '무엇(피노키오 잔혹극)을'에 해당하는 게 무엇인지 밝히고 시작합니다. 기존 소울라이크 문법보다 내세우는 서사가 뚜렷하다는 거죠. 이번 게임을 개발한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스튜디오는 아예 P의 거짓의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앞세워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원작 동화는 이탈리아 작품이지만, 게임 배경은 19세기 말~1차 대전 직전 프랑스의 좋은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 시대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대적 배경은 역설적으로 극의 잔혹성을 더욱 대비적으로 강조하는 설정이 될 수 있겠죠. 한정판에는 LP 음반을 넣을 정도로 '이야기와 그 속의 음악을 즐기라'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이 때문에 막막한 상황에서 사료를 찾아내 세계관을 추론하는 재미 하나가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물론 피노키오 동화가 어떤 잔혹극으로 펼쳐질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충분히 소울라이크스럽겠지요.
 
초보와 마니아 모두 사로잡을까
 
반면 소울라이크를 모르거나 거부감을 갖고 있더라도, 피노키오 잔혹극이란 설정 자체가 가진 흡인력은 플레이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이 진실을 답할 지, 거짓말을 할 지 선택해야 하는 점이 이 잔혹극 서사의 매력을 더합니다. 예를 들어 데모버전에서 첫 보스를 해치운 주인공이 이야기 중심지인 '크라트 호텔'에 들어서야 하는데, 여길 들어가려면 자신이 인간이라고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작품 속 피노키오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거짓말 할 수 있는 인형(로봇)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AI) 윤리와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는 순간을 계속 맞닥뜨리게 되는 셈입니다. 특히나 피노키오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여럿으로 나뉜다고 하니, 게이머들은 작품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를 멈출 수 없을 겁니다.
 
프롬소프트의 소울라이크 작품 ‘엘든 링’ 실행 화면. 지난해 발매된 이 게임은 누적 판매 2000만장 기록을 세웠다. (사진=플레이스테이션5 화면)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소울라이크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서사에 대한 궁금증이 싫증으로 이어진다면 '유튜브 에디션'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튜브 에디션이란, 직접 게임을 구입하지 않거나 게임을 구입했다가 환불한 뒤 유튜버가 진행한 게임 내용을 구경하기만 한다는 뜻입니다. 라운드8스튜디오는 기존 소울라이크 팬을 전투로 만족시키고, 초보자도 피노키오 잔혹동화라는 서사에 이끌려 결말까지 나아가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쉬운 길이 있긴 합니다. 바로 '스토리 포커스'를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출시 첫주 300만장 판매로 흥행중인 스퀘어 에닉스의 액션 RPG '파이널 판타지XVI'은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액션 포커스'와, 실력이 없어도 게임의 서사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스토리 포커스 방식 중에 선택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소울라이크가 아니죠.
 
라운드8은 P의 거짓을 초보자도 결국 결말을 볼 수 있는 구조로 개발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사의 말대로만 된다면, 무늬만 소울라이크가 아닌 작품으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피노키오 이야기를 기발하게 뒤틀어 풀어낸 작품으로서도 극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둘 모두를 놓치게 될 경우, 이 게임은 그저 거짓말만 하는 피노키오로 남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제가 계속 데모에서 거듭 죽기를 반복하는 걸 보면, 성인용 피노키오 서사에 대한 호기심이 소울라이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이는 최지원 라운드8 총괄 디렉터의 약속을 아직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미 소울라이크를 사랑하시는 플레이어분들뿐만 아니라 P의 거짓으로 처음 이 장르를 플레이 해보시는 분들 모두 저희에게는 매우 소중합니다. ··· (중략) ··· 저희는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왼 주먹을 쥐며) 이건 제가 약속할게요. 그리고 여러분! 데모 버전은 P의 거짓 본편의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이거, 거짓이 아니거든요. 진실입니다."(6월20일 '디렉터 데모 Q&A'에서)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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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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