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응' 민간 투자에만 방점…돈벌이 수단 우려도

지자체·민간 주도 프로젝트 발굴 후 펀드 결성
정부, 수익성 제고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제공
민간 이익 보장 배제할 수 없어…재정 역할은 방치
기재부 "충분히 고려…사업 과정서 공공성 확보할 것"

입력 : 2023-07-12 오후 5:24:4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도권 쏠림으로 위축되고 있는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펀드를 통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합니다. 지역 사업에 민간 자금을 활용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나 민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운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방안은 통합재정지출 기준 2018년 239조원에서 2022년 330조원으로 지역 투자가 증가했는데도 농어촌은 물론 지방 거점도시도 지역 활성화 효과가 미약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가 역전됐고 군 단위 등 농어촌 지역은 소멸 위기를 넘어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74.3%, 3년 미만 벤처기업의 70.7%가 수도권에 위치하는 등 일자리 질의 격차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날 논의된 방안은 지자체와 민간 주도로 프로젝트를 발굴하면 중앙 정부의 재정 등으로 모펀드를 조성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민간 자본을 활용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정부 재정, 지방소멸대응기금, 산업은행의 출자은 모펀드 조성에만 나섭니다. 모펀드 출자에 더해 민간 등의 출자까지 포함한 프로젝트 자펀드 결성이 핵심입니다.
 
자펀드의 출자 규모와 비율 등은 사업 효과, 수익성, 리스크 등을 고려해 프로젝트별로 탄력적으로 결정되며 필요시 지자체도 출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PF를 활용하기 위해 지자체, 시행사 등 민간 기업, 금융기관 등이 특수목적법인(SPC)을 공동으로 설립합니다. SPC는 프로젝트 추진 주체로서 각종 인허가 획득, 자펀드 결성, 대출 조달 등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적으로 추진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운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세부 구조(안). (사진=기획재정부)
  
발굴된 프로젝트는 펀드 목적, 공익성 등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를 제외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사업, 사행성 도박이나 유흥주점, 위험물 저장·취급 시설 등 포함 사업, 상업용 부동산 개발 사업 등 단순 분양 수익 추구 사업 등을 제외하면 수익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와 민간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주도적으로 판단해 프로젝트 추진 결정하고 모펀드의 자펀드 출자, 자펀드 결성, SPC 설립, PF 대출 등 모든 단계에 수익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선정합니다.
 
정부는 프로젝트 추진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조성된 모펀드 자금은 자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해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분담합니다. 아울러 프로젝트의 PF 대출에 특례 보증을 제공해 더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민간에 이익을 보장해야하는 만큼, 공공사업이 이윤 추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합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민간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참여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민간에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하고 결국 민간은 이익을 챙길 수밖에 없을 텐데, 공공사업을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정의 역할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재정의 기능이 소득 재분배 자원 배분, 경제 안정 또는 발전인데,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민간의 자본을 통해 재정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그럼에도 유인 체계를 제공해서 민간 자금에 대해 투자를 많이 유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만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란 취지로 지자체가 시행사로 무조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려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내부에서도 대비해서 보완 조치로 안내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8월 모펀드 투자 가이드라인, 거버넌스 등 펀드 운영 작업을 마무리한 후 12월 모펀드 출자 관련 2024년 예산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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