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이 진행 중인 7월 총파업 투쟁의 하나로 금속노조가 벌이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번 총파업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하게 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민주노총은 정부를 규탄하며 총파업 카드를 꺼냈는데요.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노동개악 저지 △노조탄압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습니다.
일각에선 노조와 시민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과 불신을 표출해 왔던 윤석열 정부가 총파업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수는 약 10만명에 달합니다. 이번 총파업에 현대차지부,
현대모비스(012330) 모듈부품사 13개 지회, HD현대중공업지부, 한호오션지회 등 주요 사업장이 참여했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열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대회에서 양경수(앞줄 왼쪽 네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금속노조 총파업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 노조에 대해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므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면 금속노조는 "총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를 아예 '적'으로 규정해 탄압하는 윤석열 정부를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날 현대차 노조는 오전조와 오후조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입니다. 현대모비스의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도 이날 총파업에 동참했는데요. 지난해 11월 통합 계열사 2곳이 새롭게 출범한 이래 첫 파업입니다. 특히 모트라스 파업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날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와 함께 울산 지역 양대 대기업이자 조선 대표 사업장인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3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일 부분 파업인 만큼 생산, 실적 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하루 생산차질은 2000여대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기아의 경우 지난 5월 31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해 2700대의 신차 생산이 중단, 7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앞으로 진행될 임금 및 단체협약은 물론 회사 실적 상승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하반기 생산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데요.
3년치 일감이 쌓인 조선업계는 총파업과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조업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도 확보한 상태로 여름휴가를 전후해 추가 파업에 나서는 등 사측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임단협 등 분위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조선사 노사관계에 악영향이 미칠수 있다"며 "공정률이 빠듯하게 돌아가는 조선업 현장 분위기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총파업을 계기로 현 정부 들어 악화해온 노·정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노동·교육 등 3개 분야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과 화물운송연대(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와 여당 내에서 노동개혁이 3대 개혁 가운데 최우선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동시에 노동개혁 중심이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등 제도 개편에서 '노조 불법행위·부패 척결'로 옮겨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해 말에는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친재벌 노동 적대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삶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7월 총파업을 시작으로 민중항쟁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