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코리아 2200억 유증에 한국투자증권 '전전긍긍'

소액주주 유증참여 따라 한투증권 차입금 회수 가능
주가보다 낮은 유증 발행가액 910원…전환사채까지 악재 겹쳐

입력 : 2023-07-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제지업체 페이퍼코리아(001020)가 빚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빌려준 돈을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신주 발행가액보다 낮은데다 실권주가 발생해도 주관사가 떠안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030억원 규모 전화사채 발행도 함께 결정해 이번 유증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페이퍼코리아에 돈을 빌려준 한국투자증권의 대출자금회수는 유증 성패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페이퍼코리아 유상증자 채무상환 예정 현황.(표=뉴스토마토)
 
한국투자증권 차입금, 소액주주 유증참여에 달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페이퍼코리아는 2196억원 규모의 채무상환자금을 조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신주 배정비율은 1주당 5.08주로 2억4136만주가 주당 910원에 새로 발행됩니다. 구주주 청약은 오는 9월6~7일이며 배정기준일은 8월2일, 신주상장 예정일은 9월26일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이 이번 유증을 주관합니다. 
 
페이퍼코리아는 이번 유증으로 유앤아이대부로부터 차입한 11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에게서 빌린 300억원을 갚을 예정입니다. 또한 제109회 사모 전환사채 20억원, 아젤리아제일차(유) 400억원, 자회사인 나투라페이퍼가 하나은행과 유앤아이대부에 차입한 150억원, 180억원을 각각 상환할 예정입니다. 
 
이중 페이퍼코리아가 한국투자증권에서 차입한 300억원은 지난 2019년 11월 운영자금 목적으로 4년간 연 5% 이자율로 빌린 돈입니다. 오는 11월18일에 만기가 돌아올 예정입니다. 
 
문제는 한국투자증권이 빌려준 돈이 상환순위에서 밀린다는 점인데요. 만약 페이퍼코리아의 유증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상환우선 순위에 따라 차입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건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유진투자증권과 페이퍼코리아는 이번 유증에서 실권주가 생길 경우 주관사가 인수하지 않기로 계약했습니다. 일단 최대주주 유암코는 배정된 주식 전량을 100% 청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암코가 지분율 53.29%에 배정된 신주를 전량 청약한다고 해도 나머지 주주들이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국투자증권은 차입금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차입금 전액 상환받기 위해선 1500억원의 청약대금이 들어와야합니다. 유암코가 100% 납입하는 자본금은 1146억원입니다. 나머지 약 350억원은 소액주주들의 청약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유증 공시가 나온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한투증권의 차입금 회수도 불투명해졌습니다. 페이퍼코리아 주가는 이달들어 20%이상 하락한 880원까지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유증 발행가액은 910원으로 이미 확정된 상황이어서 지금 이대로는 소액주주들이 유증에 참여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페이퍼코리아 관계자는 "최대주주측는 배정된 지분을 전부 청약하겠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소액주주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페이퍼코리아 주가차트.(사진=네이버증권)
 
엎친데 덮친 1030억원 전환사채
 
구주주 청약일인 9월6일 전에는 최소한 유증가격 이상으로 올라야 일말의 기대라도 품어볼 수 있을 텐데, 악재가 또 있습니다. 회사는 이번 유증과 동시에 103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30년만기)도 발행하기로 했는데요. 시가총액이 4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무려 8배 수준(3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1148원으로 현재주가보다는 높지만 주가가 오를 경우 언제든 주식을 전환, 매물로 출회될 수 있어 주주들로써는 큰 심적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증권가에선 이번 자금조달 규모가 크고 발행가액이 현재주가보다 높아 유증 흥행에 어두운 전망을 내놓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실적 저하 또는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 등에 따라 소액주주 뿐 아니라 최대주주의 예정 청약 참여율도 낮아질 수 있다"면서 "모집예정금액의 일부만 청약이 이루어질 경우(실권주가 발생할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페이퍼코리아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725.03%, 60.07%인데요. 이로 인해 이자비용이 상당해 꼬박꼬박 영업이익을 내는대도 순이익이 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유증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할 경우 이자비용을 줄이고 열악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페이퍼코리아 관계자는 "회사의 재무안정성 비율은 과도한 유동성부채로 인해 악화돼 있다"면서 "최근 3년 간 연결기준으로 계속 영업이익이 발생해 이자는 지불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재무 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로 자금을 조달해차입금을 일부 상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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