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김유진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정국의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갈등 양상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정쟁과 주민 갈등으로 인한 난항이 예상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6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오는 17일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속도로 종점 변경 경위와 관련한 여야 간 날 선 공방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대안 노선인 '강상면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을 놓고 연일 특혜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08년 2월 한신공영이 경기도에 민자사업 제안서를 접수하면서 첫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경제성 등 장애물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하다 13년 만인 지난 2021년 4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하면서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이어 이듬해 3월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면 본궤도 오른 사업이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면서 사업 정상화까지 상당한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종점부의 중부내륙고속도로 모습..(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1년 뒤인 지난 5월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대안 노선안이 앞서 예타를 통과한 '양서면 종점' 노선(원안)이 아닌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안으로 변경되면서 불거졌습니다. 변경된 강상면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확인됐는데, 이를 두고 특혜의혹이 터진 겁니다.
해당 토지는 총 29필지로 약 1만2000평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상적으로 추진되던 기존 사업의 핵심 노선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급작스레 바뀌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장관은 급기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이라며 사업을 멈춰 세웠습니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차기 당대표 나아가 차기 대선을 노리는 원 장관이 본인 몸집을 키우기 위해 '자기 정치'를 한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종훈 평론가는 "관료 출신 장관이라면 절대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결정"이라며 "예타까지 다 끝난 걸 백지화하려면 행정절차가 당연히 필요한데, 그런부분은 다 생략하고 통상적인 행정처리 방식이 아닌 굉장히 거친 방식의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13일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업체 관계자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당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이번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현장 방문 이후 환경·교통량 등 종합적인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외압은 없었다"다고 말했습니다.
양평군민들은 지역 숙원사업이 정치권 정쟁으로 물거품 되자, 경기 양평 주민들로 구성된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연일 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10일 범대위가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양평 주민들간 의견도 분분합니다. 국토부 백지화 방침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쪽과 개발로 인한 먼지·소음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로 엇갈린 주민 간의 입장차가 커질 경우 자칫 지역 갈등화 쟁점도 우려합니다.
양평군 도심 곳곳에는 '양평군민의 염원을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 '잠실까지 20분 이대로라면 200년', '왜 양평주민이 피해를 입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조속히 확정하라' 등 현수막으로 뒤덮였습니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예타 노선이 타당성 조사에서 바뀐 걸 두고 의혹의 눈초리로 보면 계속 이상한 것들이 보일 순 있다"며 "(노선 변경은)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라고 언급했습니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최근 20년 이내 진행된 24건의 고속도로 사업 중 시종점이 바뀐 경우는 14건입니다.
강 교수는 "다만, 국책 사업을 장관 한 마디에 중지시키는 건 처음이다.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해야 된다"며 "중단이라고 해서 모든 걸 중단한 게 아닌,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해 (노선안 등) 중간 과정을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게 결정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조용훈·김유진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