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정치 싸움에 양평군민만 피해를 보는 거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입니다.”(김모씨, 30대 직장인, 양서면)
“속상하죠. 정치적 사안 때문에 주민이 다 (고속도로를) 원하는데 못하게 돼서.”(유모씨, 40대 직장인, 강상면)
시간당 70㎜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11일 <뉴스토마토>는 경기 양평군을 찾아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에 대한 군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양평읍과 양서면, 강상면에서 20명에 가까운 군민들을 만났는데요.
군민들은 한목소리로 고속도로 백지화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평일 출퇴근길과 주말 관광 수요로 심각한 차량 정체를 겪던 양평군민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온 숙원 사업인데,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11일 경기 양평군청 앞에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군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백지화의 책임이 정부·여당과 야당 중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백지화를 결정한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책 사업이 동네 애들 싸움도 아니고, 야당이 의혹 제기했다고 기분 나빠 안 하겠다니요. 합리적이고 적법히 추진해왔다면 야당이 뭐라 해도 설득하며 추진하고, 만약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수정해서 제대로 추진하는 게 정부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송모씨, 50대 자영업자, 양서면)
“민주당도 잘한 건 없어요. 고속도로가 김건희 여사만 이득을 보는 일이 아니잖아요. 양평군민이 다 이득을 보는 일인데.” (김모씨, 40대 직장인, 양서면)
책임 소재에 대한 답변이 다른 만큼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수정된 것이 특혜인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나뉘어졌습니다.
“당연히 특혜죠. 예타(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해서 종점이 확정된 노선이 틀어지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됩니까. 그런데 왜 하필 그 틀어진 곳에 김건희 여사 땅이 있나요. 이걸 어느 국민이 정상적이라 판단하겠어요.” (유모씨, 50대 직장인, 양평읍)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양서면보다 강상면이 종점이 되는 게 더 적절하니까요.”(유모씨, 40대 직장인, 강상면)
인터뷰를 하며 듣게 된 의외의 이야기도 하나 있었는데요.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된다는 것을 정부 발표 이전에 인지하고 있는 군민도 있었다는 겁니다.
“몇 달 전 서울에서 땅을 보러 온 사람이 있었는데, 노선이 강상면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타가 통과된 건 가계약 같은 거라며 바뀔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무슨 정보가 있었으니 그런 얘기를 한 거겠죠.” (이모씨, 50대 공인중개사, 강상면)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 사업 특혜 의혹 일지. (표=뉴스토마토)
이번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에 대해 양평군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생각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군민들은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무엇이 양평군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양평군민의 입장에서 살펴봐주기를 당부했습니다.
“양평군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줬으면 해요.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사안이지만 우리에게는 삶의 문제예요.” (박모씨, 50대 철도 기관사, 양서면)
“양평은 그동안 상수원 보호지역이라고 개발도 못 하고 공장도 못 지었어요. 농사하는 분들은 비료도 함부로 못 써요. 우리는 계속 참고 살아야 했다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윗사람들 마음대로 정하지 말고 이번만큼은 양평군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모씨, 50대 공인중개사, 강상면)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