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조선업계가 몇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으며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번 하반기부터는 과거 몇년간 지속된 적자고리를 끊고 흑자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이 업계 내 낭보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노사관계는 그렇지 못합니다. 임금인상을 포함해 처우개선을 두고 노조와 사측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각각 투표조합원 대비 95.94%, 96.38%, 95.2% 쟁의행위와 관련해 찬성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화오션 역시 투표 조합원 대비 약 92%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이후 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3사 노조들은 3시간, 한화오션은 4시간 각각 부분 파업을 벌였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11일 오후 사내 체육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난항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각 노사는 이달 말 예정된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다만 양측의 교섭은 순조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입금협상에서 노조 측에 첫 번째 제시안을 전달했습니다. 회사측의 제시안은 기본급 9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지급 기준에 따라 지급, 격려금 약정임금의 100% + 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제시안을 검토한 노조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측에 반려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에 기본금 18만4900원 인상, 그룹사 공동 교섭 태스크포스(TF) 구성, 신규 채용 등을 핵심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노조는 △하청노동자 여름휴가 5일 유급보장 △산업 전환 협약 체결 △사회연대기금 출연 △근속수당 연차별 차등 인상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공원 건립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등도 요구안에 함께 담았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내 조속한 교섭을 위해 조만간 2차 제시안을 낼 전망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2차 제시안을 내지 않거나 제시하더라도 노조가 수용할만한 조건이 아닐 경우, 노조는 여름휴가 직후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화오션도 노사 간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노사 양측은 핵심 안건인 기본급 인상폭에서 뚜렷한 간극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8만8000원 인상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양측은 매주 두 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절충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예정입니다.
창사 후 첫 현장직 노조 설립…금속노조 가입 추진
삼성중공업도 노사 관계가 틀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성중공업 현장직 노동자들은 지난 13일 노조 설립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습니다. 삼성중공업 현장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한 건 과거 1974년 창사 후 50여년 만입니다. 삼성중공업에는 사무직 노조가 설립돼 있지만, 현장직 노동자를 위한 노조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노동자 협의회'를 구성해 대신 활동해 왔지만, 법적으로 노조가 아니어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다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삼성중공업 노동자들 삶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장마철이면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급 퇴근과 공장 폐쇄를 남발해 이곳 원, 하청 노동자들은 월급이 반토막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노동자 동의를 구한 듯 포장하지만, 실상은 각종 불이익 조치로 비바람 부는 위험한 현장에 내몰리든가 무급 휴직으로 배를 곯아야 한다"며 "이제는 노사협의회가 하지 못했던 건강권과 각종 부당함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다뤄 노동자 권리를 챙길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올해 하반기 내로 노조원 규모를 키워 금속노조에 가입할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임단협 교섭이 지속적으로 틀어질 경우 공정률이 빠듯하게 돌아가는 조선업 현장 분위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는 임단협 협상에 집중해 교섭타결 마무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중공업노조가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