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엘리엇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결과에 불복한 정부가 18일 취소 소송을 결정했습니다. 취소 소송 패소 시 법적 비용은 물론 손해 배상액과 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지만, 정부는 승소를 확신했습니다.
'10%' 확률에 베팅…기각 시 수십억 증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가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전체 취소 소송 (인용) 확률은 10% 안쪽으로 그렇게 높지 않지만 해볼 만하다"며 "사안의 성격을 충분히 검토하면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판정 취소 신청이 기각될 경우 기존의 배상액에 더해 지급 지연 이자, 소송 비용 등 정부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지출은 최소 수십억원이 늘어납니다.
앞서 정부는 엘리엇이 청구한 9917억원 중 7%에 해당하는 690억원 배상 판정이 나오자 이를 '93% 승소'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 한 장관은 "중요한 건 몇 %가 아니라 원금만 600억원 이상이 세금으로 나가게 되는 판정"이라며 "정부가 아닌 국민연금이라는 기관 투자자가 상업적인 지분권을 행사했는데 다른 소수주주에 대한 책임 묻는 자본주의 기본원칙에 반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패소했던 이란 다야니 배상 판정과 다르다"
엘리엇에 대한 배상 판정은 이란 다야니 일가에 대한 배상 판정과 비교되고 있는데, 한 장관은 두 사례에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 국제투자분쟁에서 이란 다야니 일가에 730억원 배상 판정이 나오자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2월 영국 법원이 이를 기각했습니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이란 소송 관련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는데, 결국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장관이 강조한 '디테일'은 정부 조치 규정이 강화됐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엘리엇 사건과 관련해 중재판정부는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는데, 다야니 사건과 관련해 한국·이란 협정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즉 정부는 다야니 일가 배상 판정 때와 달리 엘리엇 배상 판정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론스타·메이슨 사건 소송도 준비
이번 취소 소송은 론스타 사건과 달리 별도의 중재재판부를 만드는 게 아닌, 영국 법원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취소 신청서를 접수한 겁니다. 재판은 영국 법원의 1심 절차에 따라 진행됩니다.
다만 이번 소송이 중요한 이유는 남아있는 분쟁에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엇과 같은 피해를 주장하는 헤지펀드 메이슨과의 분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한 장관은 "수용하거나 취소 소송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취소 소송 명분,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부과했다가 대법원 판결로 취소된 세금 등 1682억원을 되돌려주라는 1심 법원 판단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취소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