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을 맡은 새내기 종목 와이랩과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이달 증시에 상장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두 기업 청약자에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는데요. 주가 상승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흥행몰이를 위한 결단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자발적 환매청구권, 주관사의 자신감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공모 상장을 주관한 웹툰 제작사 와이랩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 입성합니다. 와이랩은 올해 처음으로 성장성 특례상장 방식으로 공모를 진행하는 기업입니다.
적자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기술 특례상장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테슬라 요건) △성장성 특례상장 등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이 중 테슬라 요건과 성장성 특례상장의 경우엔 허들을 낮춰 증시에 들어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관사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환매청구권이란 특례상장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공모 청약자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환매청구권을 설정한 기업은
알멕(354320)입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는데요. 알멕은 지난달 30일 이익미실현기업 상장 특례, 즉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테슬라 요건 상장기업의 환매청구권 행사기간인 상장 후 3개월에 3개월을 추가해 6개월로 늘렸습니다. 알멕 주가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19일 현재 알멕의 주가는 10만5000원으로 공모가 5만원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주관사들이 적자기업 상장에 보증을 서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외면적으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주관사의 자신감이 크다는 뜻으로 읽혀집니다. 절대 공모가 90%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환매청구권을 설정하는 건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대의 경우에도 환매청구권이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장의 주목도가 높지 않은 IPO 후보에게 환매청구권을 붙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덕분에 흥행에 성공해 대규모 청약증거금이 증권사에 유입되면 짧은 예치기간 동안 발생하는 가욋수입도 있을 겁니다.
와이랩·파로스아이바이오, 6개월간 환매청구 가능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와이랩은 2020년 -34억원, 2021년 -11억원, 2022년 -4억원 등 손실폭을 줄이고 있으나 아직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매출액은 2021년 217억원, 2022년 298억원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와이랩의 환매청구권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 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와이랩이 규정에 따라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다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전문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한국투자증권이 자발적으로 환매청구권을 감수했습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기술특례 상장이어서 주관사가 환매청구권을 붙일 의무가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설정해 상장 후 6개월간 공모가의 90%가 보장됩니다.
환매청구권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두 종목에 대한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와이랩은 지난 3~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희망공모가 7000~8000원보다 높은 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됐습니다. 10~11일 일반 청약에서도 36만272건이 청약, 6조4704억원의 증거금이 모이며 191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보다 높게 써낸 건수가 3분의 1을 넘었는데도 밴드 하단인 1만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습니다. 회사 측은 향후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명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17~18일 진행된 청약 결과는 347대 1로 무난했습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경우 임직원들의 스톡옵션에도 일반 직원은 상장 후 1년, 임원진은 3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습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주가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발적 보호예수를 3년으로 강도 높게 설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매청구권은 일종의 보증 역할을 해준다"며 "자신감이라던지 확신이 있기 때문에 환매청구권을 붙여도 두렵지 않다는 점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붙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주관한 새내기들의 좋은 성적이 이번 와이랩과 파로스아이바이오 상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경준 대표는 "와이랩은 상장 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고 환매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경우 바이오 업종인만큼 시장 영향을 많이 받아서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