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헌재, '이태원 참사'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 기각
'이상민 기각'에 정부·여당 "민주당 심판 받을 것"

입력 : 2023-07-25 오후 4:18:2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헌법재판소가 25일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75년 헌정사 처음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헌법재판소의 문턱은 넘지 못했는데요. 이 장관은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후 9개월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도, 정부도, 정치권도 국가적 참사 앞에서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159명 사망'에도책임지고 물러난 이는 없었다
 
헌재는 이날 오후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 등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다"며 "종래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논란이 된 사후 발언에 대해선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탄핵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에 나왔습니다. 탄핵소추안 의결 시점부터는 167일 만인데요. 앞서 국회는 지난 2월8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소추안은 다음날인 2월9일 헌재에 접수됐습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 장관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습니다. 그는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직후 곧바로 충남 수해 현장 방문에 나섰는데요. 이 장관은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탄핵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 남용 준엄한 심판"사과 없이 야당 때린 대통령실
 
정치권은 헌재의 결정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특히 야권은 무리한 탄핵 추진으로 재난 관리 주무 부처 장관의 업무 공백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탄핵 소추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제도"라며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는 거야가 목적과 요건에 맞지 않는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와 같은 반헌법적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논의단계에서부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헌재의 결정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거대 야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책임져야 될 일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부여 수해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안부 장관이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헌재 결정문에도 나와 있고 국민들의 일반적 생각"이라며 "지금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탄핵안이 기각됐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장관이 이태원 참사 책임의 면죄부를 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장관 무늬만 달고 국민 세금 축내는 무용한 삶을 살 것인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정치적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일지는 이 장관의 몫"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헌재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나오자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최고 책임자임에도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장관이 공직의 무게와 공직자의 책임을 아는 자라면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우리는 그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도 공직에 연연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공직자로 기억할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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