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법은 죽었다"…유가족 울분

헌재,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 기각
이태원 참사 유가족 "나라가 국민 버린 것"
이태원 참사 유가족, 보수 단체와 충돌

입력 : 2023-07-25 오후 4:06:18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이제 우리는 걷는 것조차 안전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게 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장관의 기각이 결정되면서 이태원 유가족들이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25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25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기각 결정에 대해 "정부의 부재가 발견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암담하고 참담하다"라고 탄식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 장관 '기각'에 울분 토해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이 장관의 탄핵 기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하며 울분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씨는 "이제 행정부 수장뿐 아니라 모든 장관들이 면죄부를 받았고, 앞으로 실무자들만 책임을 지고 그 위에 군림한 자들은 절대 책임지지 않고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절대 이 순간 굴하지 않고 특별법을 통과시켜 이태원 참사 일선에 있는 책임자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희생자를 조롱하고, 유가족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기관이 이렇듯 국가의 권력에 동조 해주고 잘못된 권력을 응징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불행한 국민에게 더 불행을 강요하는 행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건너편에 있던 보수단체는 이태원 사태가 북한과 연루됐다고 소리치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조롱했고, 이에 유가족들이 항의하면서 충돌이 일었습니다. 충돌로 유가족 1명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1명은 현장에서 구급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후 유가족들은 "사법은 죽었고, 헌재는 다분히 정부에 정치적이었다"며 "결국 국민에게 너희는 개돼지라는 인식을 단정지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상민 장관이 '그때 왔어도 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 망언과 우롱했는데, 청춘들이 쓰러졌을 때 맨발을 해서라도 왔어야 했고, 부모라면 눈물을 흘렸어야 했다"며 "우리는 구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감을 드러내 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청춘들은 걷는 것조차 안전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게 됐다. 결국 오늘은 우리 모두 죽은 날"이라며 "꼭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서명해 주고 제정을 촉구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헌재가 대한민국 부정"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여러분의 생명과 안전은 모두 헌재에의해 부정됐다"며 "우리의 안전이 침해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법을 말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무법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한민국은 사라졌고, 망했으니 앞으로 각자도생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헌법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헌재는 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이 장관은 직무에 복귀합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피청구인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의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 절차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25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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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