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 방위사업청(방사청)으로부터 8300억원 규모 해군 차기 호위함 2척 건조 사업에 대한 '디브리핑'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디브리핑은 업체가 방사청의 제안서 평가 과정이나 결과에 의문이 있을 때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한 권한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 사유는 이번 입찰에서 경쟁한
한화오션(042660)보다 기술력을 높게 인정받았지만 받고 있는 보안 감점 탓에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가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방사청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이의신청 내용이 담긴 공문서가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HD현대(267250)는 "방사청의 디브리핑 실시 이후에도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아 이의신청을 했다"며 "특히 현격한 기술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안 감점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돼, 기술경쟁에 근간을 둔 제안서 평가제도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도 요청했다"고 공식입장을 냈습니다.
이어 HD현대 관계자는 "유사함정 건조실적과 장비, 시설보유 현황 등 객관적인 지표를 포함해 몇가지 분야에 대한 평가결과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방사청이 지난 2019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하면서 생긴 디브리핑 권한 절차를 밟았습니다. 만약 업체가 디브리핑을 요청하면 방사청은 절차에 따라 군사보안과 경쟁업체의 영업비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명해야 합니다.
이 디브리핑 설명에 이의가 있을 경우 업무일 수 기준으로 3일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방사청은 업무일 수 기준으로 7일 내 처리를 완료하고 결과를 통보해야 합니다. 따라서 HD현대중공업이 이날 이의신청을 한 결과는 내달 4일 안으로 나올 전망입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에서 진수한 3,600톤급 신형 호위함 1번함 ‘충남함'.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냐 한화냐…상징성 큰 호위함 수주전
HD현대중공업이 디브리핑에 이어 이의신청 카드까지 꺼내든 건 이번 사업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함정은 국가 핵심 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다른 기준보다 기술력이 중요합니다.
이에 방사청의 방위사업관리 규정도 지난 1월 기술력 중심의 제안서 평가로 변경된 바 있습니다. 과거 최저가를 우선하는 적격심사에 따른 비판과 논란이 생기면서입니다.
때문에 방사청의 이번 사업 평가는 입찰 경쟁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기술력 격차가 관건이었습니다. 방사청은 기술력 부분은 HD현대중공업을 높게 채점했지만, 보안사고 감점에 따라 한화오션을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총 100점 중 비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보다 앞섰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80점 만점 가운데 총점 72.3893점 받은 반면, 한화오션은 71.4158점으로 평가됐습니다. 약 0.97점의 차이가 난겁니다.
나머지 20점을 차지하는 가격점수 부분에서는 두 업체 모두 만점을 얻었습니다. 중소, 중견기업과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중소, 중견기업 참여 가점' 분야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0.68점 높았습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설계도면을 은닉·유출한 데 따른 1.8점 감점 '패널티'를 받고 있어 결과가 뒤집힌 겁니다. 이 보안사고 벌점이 없었다면 우선 협상자 자격은 HD현대중공업에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한화오션은 총 100점 만점 중 91.8855점, HD현대중공업은 0.1422점 뒤진 91.7433점으로 매겨져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꼽혔습니다.
양사의 이번 수주전은 군과 방산, 조선 등 여러 업계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수상함 시장 점유율 선두 HD현대중공업과
한화(000880)그룹에 편입돼 '수상함 명가 재건'을 노리는 한화오션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승부 결과에 따라 앞으로 있을 군함 사업 수주의 유불리까지 분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의신청과 관련돼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에 기술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4번의 설계사업 당시 기술능력 분야에서 3번이나 경쟁사를 압도했다"며 "기술능력 점수의 격차는 군함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후속함 건조 사업'은 통상 선도함 건조 업체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점수를 받아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사업의 선도함(1번함)인 '충남함'(FFG-828)을 연구개발 건조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선도함을 만든 업체가 후속함 건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게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다만, 이의신청으로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가 변경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한화오션의 울산급 호위함 등 최첨단 전투함 함정모형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