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외 금리 인상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 자금조달비용도 증가세를 나타냅니다. 신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가 이어지며 차입금을 줄이기 힘든 실정이라 비싸진 금리가 기업 수익성을 압박합니다.
27일 각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주요 기업(시총 상위) 자금조달금리(이자율)는 전년 동기보다 오른 것이 뚜렷합니다. 1분기 내 지출한 이자비용을 차입금과 사채 등 이자발생부채로 나눈 결과, 삼성전자 금리는 1.1%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0.5%에서 0.6%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현대차도 1분기 0.8%로 전년 0.4%에서 0.4%포인트 올랐습니다.
연간으로 보면 상승세가 더 두드러집니다. 삼성전자의 2022년 연간 평균 금리는 9.1%로 2021년 1.5%보다 무려 7.6%포인트나 상승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이자발생부채를 9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줄이는 등 차입금을 줄였지만 금리상승 부담이 상당했던 여파입니다. 현대차도 작년 연간 금리는 3.6%로 전년 1.2%보다 올랐습니다. 현대차 역시 부채를 7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줄였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은 전년보다 1000억원 넘게 더 지출했습니다.
대규모 기업집단은 그룹 계열사간 지원이 가능해 신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에 삼성SDI 1분기 금리는 1.3%(전년 0.4%)로 삼성전자와 비슷했습니다. 기아도 마찬가지(1분기 1.0%, 전년 0.4%)입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적자가 길어지고 있음에도 LG그룹 신용에 힘입어 1분기 금리를 0.7%(전년 0.4%) 수준으로 방어했습니다.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도 금리는 1% 이하에 머물러 차입부담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그룹 내 적자 규모가 큰 SK하이닉스 역시 올 1분기 0.9%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상승했지만 0%대 금리를 지켰습니다.
대규모 기업집단 내에서도 비교적 후순위인 HMM은 1분기 2.3%(전년 1.3%)를 기록했습니다. HMM 금리가 높은 데는 비교적 낮은 회사채 신용등급(BB)도 작용한 듯 보입니다. 재계 순위는 뒤처져도 자체 신용등급(A 이상)이 높으면 1분기 0.8%를 기록한 LS(전년 0.5%)처럼 양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밖에 대한항공이 1.1%(전년 0.7%), 두산에너빌리티는 1.2%(전년 동일), 코오롱인더는 1.0%(전년 0.6%)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이들 모두 전년에 비해 대체로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각사마다 이자비용 관리에 집중해 성과를 낸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증시에서 뜨거운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작년 3월 물적분할 전 1분기 금리는 1.7%였으나 올 1분기엔 0%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 내 1조5067억원의 이자발생부채가 존재했으나 회사 측은 “포스코홀딩스의 차입금은 성공불 융자 차입금과 주식교환권을 포함한 교환사채로 이루어져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도 1분기 금리가 0.2%로 낮았습니다. 또다른 이차전지주로 각광받는 에코프로도 작년 1분기 1.5%에서 올 1분기 1.1%로 금리를 낮췄습니다.
한편,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금리격차가 2%포인트 역대 최대로 벌어져 국내서도 추가인상될 부담이 상존합니다. 물가상승과 해외자본이탈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국내 기준금리도 높여야 하지만 수출 부진 등 경기 둔화요인이 금융당국을 고민에 빠뜨립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