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지상파TV 방송시간 규제완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규제완화에는 찬성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12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심야방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료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도 지상파 방송을 통해 심야방송을 시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TV 운용허용시간은 1960년대 초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된 이후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명분으로 규제받아 왔으나 그 명분은 많이 퇴색한 상태다.
2005년 지상파TV의 낮방송이 허용되면서 현재 방송국 허가증에 명시된 운용허용시간은 오전 6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운용시간을 넘겨 방송하려면 방통위 훈령 27호에 의해 프로그램 내용 등에 대해 방통위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했지만,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거의 매일 연장 방송을 하면서 날마다 승인을 받는 등 행정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해왔다.
이런 이유들로 이번 재허가에 맞춰 방송운용시간을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특정 장르의 프로그램이나 재방송이 과다하게 편성되는 데 가장 큰 우려를 표했다.
황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은 “KISDI 설문조사 결과 시청자들이 심야방송에 가장 기대하는 것도 ‘재방송’, 가장 우려하는 것도 ‘재방송’”이라며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해 권고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장은 “토론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이 점차 늦어진 데서 볼 수 있듯이 심야시간 편성비율을 권고하면 황금시간대에 시청률이 높은 오락 프로그램을 집중 배치하고 오히려 공익적 프로그램들은 심야 시간대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파TV의 심야방송 허용으로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케이블TV 측은 아직은 규제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폈다.
임성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개발팀장은 “종편은 24시간 방송을 허용하면서 지상파TV는 규제를 받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케이블TV가 15년 만에 자생적인 프로그램을 생산할 수준에 왔는데 정책이 바뀌면 지난 시간의 성과가 헛된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지상파와 케이블TV가 서로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규제완화를 유예해 달라”고 말했다.
지상파로의 광고 집중 우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심야시간의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광고판매율이 낮을 거라 예상되고, 프로그램 성격을 감안하면 결국에는 계열사 프로그램제공사업자(PP)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상식 계명대학교 교수는 “심야방송 허용으로 SBS의 광고 기대수익이 연간 20억원 남짓하다는데 운영비용 등을 고려하면 심야방송이 지상파에 계륵이 될 것”이라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종합편성 채널이 선정되는 시점과 맞물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영미 방통위 지상파정책과장은 “이번 규제완화는 종편과 전혀 무관하지만 재허가 시점에 맞추다보니 시기가 겹치게 됐다”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지상파가 심야방송을 하려는 것은 순전히 시청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