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부터 글로벌최저한세(필라2)에 따른 증세 부담에다 관련 공시 의무까지 지게 됩니다. 연결 매출 1조원 이상 다국적기업이 대상이라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상당수 해당될 듯 보입니다. 기업들이 추가 과세를 피하려면 현지 투자전략이나 회계처리 방법을 바꿔야 하는 등 세법이 복잡해졌습니다.
1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필라2는 연결매출액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 기업이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자회사 B, C, D를 합친 연결 매출이 1조원을 넘으면 해당 됩니다. A기업과 자회사의 소득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 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다른 국가에서 미달분 만큼 세금을 내야 합니다.
정부는 일단 필라2를 미뤄달라는 국내 진출 해외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관련 규정(소득산입보완규칙)을 1년 유예해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기업에 관련된 규정(소득산입규칙)은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실시합니다. 이 규정을 늦출 수 없는 이유로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이 국내 납부할 세액을 규정을 먼저 도입한 다른 나라에 납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삼성, LG 등 국내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베트남의 경우 현지 투자에 대한 과세특례를 부여해 실효세율이 15% 미만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추가 세금 징수가 가능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증세 부담이 생깁니다. 규정 대상 기업이 해외에 세금을 더 낼 경우 국내 보전해주는 디지털세와는 다릅니다.
기업들은 필라2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적격 공시를 해야 하는 의무도 생깁니다. 정부는 해당 공시 관련 규칙 개정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오는 25일까지 개정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받아 올 4분기에 최종 개정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초안을 보면, 필라2 법률 제정 기간부터 기업은 해당 국가와 관련 유효세율 정보 등 법인세 영향을 공시해야 합니다. 영향을 알지 못하거나 추정하기 어려우면 그러한 사실도 공시합니다. 내년 제도가 시행된 때부터는 필라2 법인세와 관련된 당기법인세비용(수익)을 별도 공시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업은 공시 의무뿐만 아니라 해외법인 과세 정보에 대한 역추적이나 공시 위반 시 역외 탈세 조사에 노출될 위험 등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15% 미만으로 실효세율이 낮았던 국가들은 현지투자 장점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IRA 등 각국의 보조금 경쟁이 이미 치열한 가운데 기업은 현지 생산품 가격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많아지는 셈입니다.
그간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등 탈세 목적 법인이 생기는 사례도 많았는데 이에 대한 추적 감시도 강화될 전망입니다. 조세당국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내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해외법인에 수출물량을 넘겨주며 거래를 조작하거나, 국내 소득을 해외법인 매출로 위장한 역외탈세 수법들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필라2는 이처럼 다국적 기업이 저세율국으로 소득이전을 통해 조세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한편, 필라2 법인세를 계산할 때 급여와 유형자산 순장부가액의 일정비율(5%)은 소득에서 차감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필라2 과세를 줄이기 위해 해외 법인 관련 자산을 불리는 회계 처리 편법이 횡행할 것도 우려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