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은 “SNS(를 하는 것)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습니다. SNS가 요즘 세상에서 소통의 필수 도구라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SNS 헤비유저들도 이해할 겁니다.
얼마 전 오픈됐던 넷플릭스 드마라에선 SNS로 뜬 셀러브리티들의 삶의 이면을 조명해 SNS가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 보여주더군요. 남과의 비교가 자신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SNS 속 사람들은 다들 저렇게 멋지고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이 극에 달하면 우울증도 생기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런 소외감을 느낄 땐 친구 만나 풀거나 술 한잔 마시거나 그럭저럭 잠시 잊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식은 좀 달라요. 저 종목은 저렇게 훨훨 날아가는데 내 계좌는 왜 이 모양인지. 요즘 이런 생각 안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수천개 종목들 중에서, 누구 말마따나 ‘2차전지에 스쳐 급등한’ 종목 수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들이 동반 폭등하는 것을 보자니, 내가 속한 다수가 마치 나만 소외되어 있는 극소수 같은 기분이 들겠죠.
이럴 때 정신 바싹 차려야 합니다. 그런 생각이 극에 달하면 술 한잔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매도 버튼을 누르게 되거든요. 굼뜬 내 보유종목을 빨리 처분해서 그 뜨겁고 찬란한 종목을 매수해야 할 것 같거든요. ‘저것만 잡으면 대박이 날 텐데’하는 환상에 젖어서.
우리는 이런 투자 행동의 결말이 어떤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테마인데 감히 미래를 예측하느냐고 하겠지만, 저도 2차전지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지 못하지만, 본인이 지켜온 투자 스타일을 버리고 부나방처럼 뛰어든 사람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사라졌는지는 너무 많이 봐서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입고 밀려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포모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됐습니다. FOMO,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입니다. 남들에게서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 그로 인한 공포와 불안은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주식투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계좌 수익률 인증이 넘쳐납니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또한 테마주 투자에서는 (평가)수익을 인증했다가 종국엔 손실로 마무리된 사례도 허다합니다. 실패한 사람은 실패 인증 글을 남기지 않죠. 반대로 10년, 20년 차곡차곡 수익을 쌓아 올린 사람들은 인증 같은 걸 안 합니다. 평소에 눈에 띄질 않아요.
테마주 투자는 ‘대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로또를 닮았습니다. 로또도 매회 1등 당첨자가 나오지만 극소수죠. 우리는 로또 당첨자를 부러워할지언정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서 포모를 떠올리진 않습니다. 나만 소외됐다 생각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주식시장은, 이곳에서 밀려나지만 않는다면 언젠간 내게도 기회가 돌아오는 특별한 성격을 지닌 시장입니다. 가끔은 누군가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이익을 낼 기회를 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 남들 부러워 말고 자신의 투자를 지켜가세요. 언젠간 내게도 남들이 부러워할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