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우리은행, 점포·특화점포 모두 수도권 일색…계속되는 지방소외

지역·세대별 특화 점포도 수도권만 활발
"특화점포 새로운 시도에 테스트 기간 필요"

입력 : 2023-08-0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4일 14: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영업점포 편중도가 가장 큰 우리은행이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과 MZ세대를 위한 특화점포도 수도권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과 세대에 특화한 맞춤형 점포를 확대하겠다는 전략 속에서도 지방에 대한 큰 그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사진=장용준 기자)
 
특화점포 확대 나선 우리은행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1일 세 번째 고령층 특화점포를 개설했다. 앞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혁신점포 두 곳도 선보인 바 있어 오프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이다.
 
시니어 특화점포는 은행 점포들이 폐쇄된 지역을 중심으로 고령층 고객이 높은 곳에 중점으로 설치되고, 이곳에서는 큰 글씨 메뉴와 쉬운 용어가 적용된 '시니어 전용 ATM'을 배치해 시니어 전용 상품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해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앱(APP) 교육, 어르신들이 취약한 금융사기 관련 예방교육, 시니어 대상 금융상품 안내 등의 재테크 교육 등도 '사랑채'에서 수시로 이뤄진다.
 
또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혁신점포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기존 은행 지점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의 팝업스토어 점포라는 점을 강조했다. 레트로 분위기에 현대적 감성을 더한 뉴트로 공간에서 음악 감상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함께 금융서비스도 이용하는 등의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혁신점포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은행의 특화점포 전략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모양새다. 고령층 특화 점포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3호점은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앞서 1호점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2호점은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각각 문을 열었다. 아울러 MZ세대 대상 혁신점포도 지난 6월 지역상권 상생형 팝업스토어 'WON THE VIBE 합정'을 서울시와 협업해 개점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팝업 스토어인 '원 스테이션'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 내, 이보다 앞선 지난해 9월 무신사와 협업한 팝업 스토어 '원 레코드'는 서울 무신사테라스 홍대에서 선을 보였다.
 
 
 
4대 시중은행 중 수도권 영업점 편중도 1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점포의 수도권 편중도가 가장 높은 곳이 우리은행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전국 점포(지점·출장소 합산) 수는 2848곳으로 이 가운데 68.9%인 1963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전국 점포수(708곳)로는 3위이지만, 수도권 편중도는 72.7%(515곳)로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신한은행은 729곳 중 513곳(70.4%)으로 2위 △국민은행은 818곳 중 563곳(68.8%) △하나은행 593곳 중 372곳(62.7%) 순이었다.
 
전국 점포수로는 1위, 수도권 편중도로는 3위인 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기존 오후 4시까지였던 영업점 운영시간을 저녁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특화지점인 9To6 Bank(9To6 뱅크)를 전국적으로 10곳을 추가해 총 82곳으로 확대했다. 특히 지방에도 △도안가수원지점 △범어동지점 △울산종합금융센터 △창원종합금융센터 △첨단종합금융센터 등 5곳을 추가하면서 지역 상생 행보를 보여 우리은행과 대조를 이뤘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특화점포를 확대하는 이유는 결국 오프라인 영업점포수를 줄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전환이 고객들의 오프라인 점포 이용 수요를 감소시키는 추세에서 고객들이 찾지 않는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판매관리비를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총 영업이익에서 판관비(인건비, 점포 임차료 등)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것은 영업이익경비율(CIR)로,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4대 시중은행은 이자이익 등 영업이익 증가와 더불어 영업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등 판관비 절감으로 CIR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올 들어 지난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CIR 평균은 38.8%로 전년 같은기간(44.6%)보다 6.3%p 하락하면서 40%대 벽을 깨는 등 영업 효율화는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CIR은 40.4%로 경쟁 은행들의 평균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2분기 들어서도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316140)의 CIR이 40.8%로 40% 벽을 깨지 못한 데다 상반기 실적도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뒷걸음질 쳤다. 이 때문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비용효율화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리은행이 디지털로 앞서가는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 밀리고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영효율성이 떨어지는 지방의 점포들을 유지하거나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특화점포도 수익성이 있는 지역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보니 앞으로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중심의 목이 좋은 곳에 개설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특화점포가 기존 점포를 통합하거나 폐쇄하면서 대안으로 나온 것인 데다 애초에 우리은행은 지방에 점포가 많지 않다 보니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라며 "특화점포가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테스트를 거치는 기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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