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일모도원' 우리금융, 방향성 잃은 비은행 확대 비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 부재 의심
증권사냐 보험사냐 M&A 우선순위도 없어

입력 : 2023-11-21 오전 10:52:17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0:5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우리금융지주(316140))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꾸준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주창해 왔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꼴찌 성적표를 받아들다 보니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의지가 굳건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인수·합병(M&A) 대상 선정 전략도 갈 길을 잃고 오리무중이다.
 
우리금융지주 (사진=장용준 기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한 결과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 차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달 26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한 달여만의 결렬 발표다.
 
문제는 당사자랄 수 있는 상상인(038540) 측이 금융당국의 결정에 의해 대주주의 지분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뿐, 구체적인 매각협상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전해진 소식이라는 점이다.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중단은 지난 3월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관심을 가졌던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매물이 마땅치 않자 차선책을 찾은 것이 자충수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측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경기 분당에 본점을 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고자 하는 이유로 우리금융 계열사 중 충북 청주시에 본점을 둔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최대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던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가를 두고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고, 결국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0억원대로 가치를 책정했다는 설이 돌 만큼 뚜렷한 M&A 전략도 부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의존도기 93.91%에 달해 경쟁사인 하나금융(92.90%)보다도 높다. 아울러 KB금융(105560)(65.33%), 신한금융(68.07%)과 비교하면 의존도 차이가 너무나 크다.
 
우리금융이 갑작스레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도 결국 이런 위기감이 그룹 전체를 휘감은 탓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올해 내로 계열 저축은행의 지분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상상인그룹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조급함으로 이어졌고, 빠른 시간 내에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을 생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팔아야 할 쪽은 아직 협상 준비도 안됐는데, 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우리금융의 행보가 너무나 성급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자도 없고, 구체적인 협상도 없는 상황에서 인수 포기라는 최악의 결말을 빚어낸 것은 금융권에서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이제 해를 넘길 것이 확실한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증권사나 보험사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급했던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추진 발표와 포기 선언이 가져올 시장에서의 신뢰 추락이 향후 M&A 행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 8월 임종룡 회장은 1순위로 꼽았던 증권사 인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보험사 인수계획은 없다"라고 단언한 반면, 김건호 우리금융지주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는 지난달 26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적정한 매물이 있다면 증권사와 보험사도 인수할 계획"이라고 언급할 만큼 우선순위마저도 확실치 않은 채 표류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 당시 밝혔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실현하기에는 전략도 비전도 부재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장 하나금융지주(086790)를 비롯한 경쟁 금융지주사들도 매의 눈으로 시장의 좋은 매물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미래는 자칫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기만 한 '일모도원'의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장용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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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