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데스크칼럼)갈팡 질팡 공매도 정책, '공정 잣대'로 바로잡길

공매도 전면금지 이은 제도 개선안 두고 시장 이견차 커
금융당국 관치 아닌 시장 조정자 역할 충실해야

입력 : 2023-12-06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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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 금융당국은 기습적이라 할 만큼 사전 예고 없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그동안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입장을 취해 왔던 금융당국이 왜 하필 이 시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토론회를 열었지만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와 유관기관 사이에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혼돈이 야기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통상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기법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증시에도 도입된 이 제도가 유독 국내 증시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는 과도한 시장 변동성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당초 1년간으로 예정됐던 기간은 두 달 더 연장됐다. 이후 2021년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다가 지난 6일부터 아예 전종목 금지령으로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너무나 급작스럽게 발표된 것이다 보니 시장에서조차 의문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단행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하염없이 하락하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시행한 것인 데 반해, 이번에는 주가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부양책을 내놓은 셈이라는 점이 혼돈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 시장을 흔들만한 충격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당초 증권가에서 공매도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했던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하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고, 연말 산타랠리 효과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자금이 회복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은 왜 외국 자본의 이탈에만 관심이 쏠리느냐는 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를 대형주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 올해 초의 일이었건만, 이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 불과 1년도 안 된 연말에 일어난 일이다. 외국 자본과 기관투자자들만 보이고 개인투자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지난 4일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쟁점이 된 것도 결국 개인과 기관 투자자에 대한 잣대를 명약관화하게 확립해 달라는 것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의 기관과 외국인 담보비율은 105%인데 반해 개인은 120%로 높다. 공매도 상환기간을 살펴봐도 기관과 외국인은 120일이나 되는데, 개인은 90일로 한 달이나 부족하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의 큰 손이 외국 자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은 외국 자본의 불법을 묵과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최근 금감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아울러 홍콩 HSBC도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는 투자 기법으로, 정상적인 차입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진행해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오르게 되더라도 손실 리스크가 적다. 자본시장법 180조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외국 자본이 무차입공매도를 진행한 뒤 의도적으로 악재 등을 퍼뜨려 주가가 떨어질 경우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공매도 제도를 운용하는 잣대가 불분명한 데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빚어진 사태다. 뒤늦게 당정협의회가 내놓은 공매도 제도 개선안은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을 일원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공매도의 경우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처벌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당정의 약속을 쉽사리 믿기 힘들다. 올 한 해 동안 공매도가 시장의 흐름이나 룰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의 필요에 의해 금지와 허용을 오가는 제도로 변질돼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결국 관치보다는 시장의 조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개인투자자보다 기관으로 과하게 쏠려 있는 잣대를 바로잡아 공정한 링을 만드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장용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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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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