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거론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위원회를 앞둔 9일 금융정의연대와 민주노총, 태광그룹혁신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5개 사회단체는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반대한다며 공동성명을 내놨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작년 12월 28일 신년 특별사면 당시 트럭시위에 나선 모습. 사진=태광그룹혁신연대
성명문에서 “이 전 회장이 희대의 황제보석으로 사법체계를 형해화하고, 복권을 노린 투자약속에도 공장폐쇄와 직원감축으로 오히려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정경유착 의혹과 부당거래 사법 리스크 등이 여전한 점”을 들면서 “사면복권이 법치주의의 흥정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취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열정부에서 벌써 3회의 사면복권이 추진됐다. 임기 5년 동안 사면복권 4~5회에 그쳤던 지난 정권들에 비하면 상당히 잦은 횟수이고, 대통령의 권한이 남용되는 심각한 법치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 대상으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시민사회는 이를 재벌특혜로 규정하고 강력한 반대를 표명하는 바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이 전 회장의 추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혐의 내용은 ▲티브로드 매각 과정에서 위장 계열사를 통한 총수의 사익편취 및 배임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총수의 횡령·배임 ▲오너 일가 소유 골프장 회원권을 협력사에 매입 강요 등입니다.
지난 7월25일 태광산업 희망퇴직 공고. 사진=태광그룹혁신연대
단체들은 “범죄사실에 대해 검찰은 다수의 내부보고서와 계약서 등의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며 “태광그룹조차도 내부문건임을 인정해 불법·탈법행위가 명백히 증명됐고 태광그룹 핵심관계자들이 내부자료를 폭로하고 대법원이 총수 관련 사건에 대한 지시·관여를 명확히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사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사건들이 “황제보석 기간 중 일어난 오너의 사익편취 사건이며, 이호진 전 회장의 만기출소 이후에도 태광그룹과 관련된 사회적 파문은 이어졌고 국가적인 파장은 물론 전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올해 신년 특사 직전, 태광그룹은 ‘12조 원의 투자와 7천 명의 고용창출’을 공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면죄부 흥정’이라는 비판을 자처한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투자 발표 후 오히려 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업부문을 축소하고, 흥국생명 영업부문을 분사했으며 수백 명 임직원을 감원하는 모순된 행태도 꼬집었습니다.
이 전 회장이 사법부의 구속 수감에 반발해 호화 변호인단을 앞세워 재판을 지연시키고 병보석으로 장기간 사법 비호를 받은 점도 되짚었습니다.
태광그룹이 2022년 흥국생명 채권사태로 국가 경제에 위기를 가져왔으며, 국내 최대 민간 방사성 폐기물을 20여 년간 은폐한 전력도 특별사면의 경제살리기 명분과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단체들은 “매 특별사면마다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재벌 총수들이 면죄부를 받는 행태는 유전무죄와 정경유착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전 회장은 황제보석은 물론, 반복된 사익편취로 여전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사법로비 의혹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대한민국 사법정의와 공정사회를 명백하게 부정하는 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대한민국 법체계와 경제정의를 훼손하는 태광그룹에 대한 특혜를 반대하며, 황제보석·정경유착·재벌특혜로 대표되는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윤석열정부는 이호진 특별사면이라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정과 상식을 더 이상 무너트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성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