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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10일 10: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페인트 시장에서 업황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동안 원가 부담이 하락하고 자동차, 선박 등 주택을 제외한 전방산업 수요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페인트사들은 지난해 국제유가 폭등, 달러 강세로 인한 원가 부담이 확대돼 판가 상승으로 대처했는데,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됨에 따라 재무안정성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주요 페인트사들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재무구조를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페인트 업황 회복이
KCC(002380)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KCC는 미국 실리콘 회사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이 여전한 상황인데, 도료부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멘티브의 미국 상장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료부문이 단기적 재무 체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CC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조5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영업이익은 904억원으로 45.0%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16.6% 상회하며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실리콘 사업 부진으로 감익이 불가피했으나 도료 사업이 자동차, 선박 등 전방산업 수요 회복으로 실적 악화를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외형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지만, 대형 인수합병(M&A)에 따른 여파로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순차입금 규모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고금리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금융비용도 증가 추세다. 여기에 실리콘 사업 실적 부진까지 겹쳐 유의미한 재무부담 완화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다행히 전망은 나쁘지 않다. KCC와 SJL파트너스는 모멘티브(MPM) 미국 상장을 위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멘티브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페인트 시황 회복으로 재무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멘티브 인수로 순차입금·금융비용 증가…회사채 증액 발행 성공
모멘티브 인수 이후 가중된 재무부담은 현재진행형이다. 모멘티브는 KCC에 인수된 후 전자제품용 실리콘 등 고부가제품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하기 위해 워터포드에 있는 기초화학 공장을 폐쇄했다. 동시에 건자재 부문에서는 화재 위험이 적은 단열재 재료인 글라스울 라인을 증설하면서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이 3847억원으로 전년대비 72.2% 증가했다.
KCC는 모멘티브 연결 편입 이전인 2019년에는 순차입금이 1조6558억원이었으나 인수 후 2020년 3조404억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높은 원자재 가격, 고환율 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과 높은 경상투자 부담으로 순차입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순차입금은 3조8369억원이었고, 올해 1분기 3조9171억원으로 늘어났다.
고금리 환경도 장기화되면서 이자비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618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2020년 1623억원으로 약 1000억원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783억원을 감당해야 했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3% 늘어났는데, 상각 전 이익(EBITDA)은 1869억원으로 26.2% 줄어들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진화에 성공했다. 지난 5월 발행한 공모 회사채 3년 물과 5년 물 중 3년물에 수요가 쏠려 모집액을 1600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늘렸다. KCC는 여기에 자체 현금 200억원을 더해 지난 6~7월 만기였던 3400억원 규모의 채무상환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3년 물 이자는 4.574%, 5년 물은 4.779%로 기발행 사채보다 이자율이 높아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 시장 불황…수익성 감소한 모멘티브, 미국 상장 준비
문제는 실리콘 사업의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리콘 사업은 지난해까지 나름대로 알짜배기 역할을 해냈다. 지난해 실리콘 사업 매출은 3조7091억원, 영업이익은 261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7.0%에 달했다. 도료 사업 영업이익률이 4.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탈실리콘과 유기실리콘 가격이 급락했고, 수요 회복은 더뎌 수익성이 저하된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 기준 실리콘 사업의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1%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6%에 머물렀다.
2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KCC는 SJL과 모멘티브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실적 반등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KCC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리콘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이 더뎌 중장기적으로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CC와 SJL은 최근 시티그룹글로벌마켓,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JL이 모멘티브를 연내 미국시장에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멘티브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상장이 문제없이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모멘티브 가치 제고에 대해 KCC 관계자는 "각 사업부의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장 일정과 주관사 선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고 사실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페인트 업황 개선 신호…단기 재무 체력 갖추나
다행히 페인트 부문의 수익성이 살아나고 있다. 1분기 페인트 사업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1% 폭증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끌어올려 건자재부문 다음으로 높은 수익성을 나타냈다.
국내 페인트 시장은 KCC가 35%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주요 매출처로는
HD현대중공업(329180),
현대차(005380)가 있는데, 최근 완성차 생산성이 회복되면서 자동차용 도료 수요가 회복됐고, 선박용 역시 수요가 늘어나 업황이 개선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 실적도 우수하다. 올해 1분기 국내법인의 페인트 수출액은 1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PPG, 악조노벨 등 글로벌 페인트 업체들은 2분기 실적발표에서 △판가 소폭 상승 △자동차, 우주항공, 풍력, 선박용 수요 견조 △유럽 반등 △재고 소진 △인도 인프라 투자 증가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KCC에게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멘티브 상장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페인트 부문의 수익성 회복은 긍정적이다. 이외에도 건축법 강화와 맞물려 화재 안정성이 높은 단열재 소재인 그라스울, 세라크울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기적 재무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