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김보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권의 잇따른 내부 통제 부실 논란과 관련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는데요.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에 대한 검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은행 내에서 장기간, 반복적으로 진행된 횡령이 뒤늦게 적발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감원 검사에서 횡령·유용 혐의가 추가로 포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남은행 횡령사고, 심각하게 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 본점에 검사 인력을 집중 파견했습니다. 금융당국이 1년 전부터 내부통제 시스템 재점검을 금융권에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터졌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가장 본질적인 업무에서 7년 동안 횡령·유용이 일어났는데 한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적이다"며 "우리은행 횡령 사태보다 훨씬 더 놀랍고 심각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도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현황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우연히 경남은행 횡령을 발견한 것"이라며 "대출 돌려막기 정황 등을 포착한 만큼 피해 금액이 더 커질 수 있고, 위법·부당행위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경남은행의 검사 인력을 집중 배치한 것도 자금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8월부터 횡령·유용을 저지른 경남은행 A씨는 PF 대출자금을 가족 계좌 등으로 빼돌린 것뿐만 아니라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하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PF대출을 혼자서 돌려막기 한 겁니다.
금감원 관계자는"우리은행 횡령 사고를 검사하는 데 두달이 걸렸지만 견암은행에 비해서는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다"며 "우리은행 횡령 건에서 돈의 흐름이 일직선이었다면 경남은행 건의 자금 흐름은 끝이 없는 원형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인천시 서구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 업무협약식' 행사를 마친 뒤 최근 은행 횡령사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내부통제 기준 마련 못한 혐의 입증 총력
무엇보다 경남은행 건은 여수신을 전담으로 하는 은행의 고유 업무에서 대규모 횡령이 벌어진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데요. 예대업무는 은행업의 본질인데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관리가 전혀 안됐다는 지적입니다.
경남은행 횡령 사건의 경우 가족 계좌로 대출 상환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동원됐음에도 경남은행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전혀 걸러지지 않았는데요. 금감원은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지배구조법 24조에는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여돼 있는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가 발의한 지배구조법이 통과되면 좋겠지만 일단 현행법상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설계를 똑바로 못한 책임이 최고경영자에게 있는 만큼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경남은행 건과 비슷한 사례가 타 업권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 향후 실시할 정기검사에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입니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고 이후 은행권과 운영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통해 금감원이 발표한 내부통제 혁신안 등이 은행 내규에 반영됐는지 점검 중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기 근무자 비율을 낮추거나 전산화 등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은행 내규에 반영할 것을 권고한 부분이 지켜지고 있는지 집중 점검할 것"이라며 "유용이나 횡령이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BNK경남은행에서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입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김보연 기자 yyh@etomato.com